어둠에 있을 때 작은 촛불 하나를 켜면 사람들이 그 빛 아래로 모입니다. 얼굴을 식별하고 책을 읽고 바느질을 합니다. 그 빛 아래 모여 그림자 드리우는 여운 속에서 웃고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촛불이 켜진 상태에서 전등불을 켜면 모든 게 훤히 드러납니다. 그 어떤 구석, 어떤 사물도 어둠 없는 밝은 공간이 됩니다. 사람들은 이제까지 자신들을 밝혀줬던 촛불을 아무 미련 없이 ‘후욱’ 하고 입김 불어 끕니다. 더 큰 빛, 더 큰 기운 아래 이제까지 어둠을 밝혀왔던 작은 빛과 기운은 힘없이 그 소임을 다하고 사그라집니다. 그 공간에 창문 넘어 환하게 아침 햇빛이 비춰옵니다. 그 빛은 온 세상을 덮습니다. 너무 눈부셔 그 빛은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반짝임이 됩니다. 아침 빛은 자신을 넘어 사물에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