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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824

사순절에 밥을 묵상하다 - 안성국목사(겨자씨)

미국인은 ‘좋은 아침입니다(Good morning)’라고 인사하고 중국인은 ‘좋습니까(?好)’라고 인사한다. 일본인은 ‘오늘은 어떻습니까(今日は)’라고 하는데 한국인은 ‘밥은 먹었습니까’라고 인사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배고프게 살았으면 만날 때마다 밥을 먹었는지를 묻게 됐을까요. 배고픈 시절에는 한 끼 배부르게 먹는 게 미덕이었습니다.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는 사치였지요. 왜냐면 늘 배고팠기 때문입니다. 하얀 쌀밥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보리밥이나 잡곡밥이면 어떻습니까. 기회가 되는대로 최대한 많이 먹어두는 게 지혜였습니다. 먹을 수 있을 때까지 먹는 게 잘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하면 큰일 납니다. 이제는 많이 먹는 것보다 맛있게 먹는 게 더 중요합니다. 몸에 좋거나 근사한 것들을 먹는 게..

소명에 따라 단순하게 살기 - 박성규목사(겨자씨)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꼭 해야 할 일에 집중해 열매를 거둡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복잡한 것에서 나와서 단순한 것을 찾으라”(Out of complexity, find simplicity)고 했습니다. 그가 위대한 과학자가 된 것도 복잡한 것에서 핵심 원리를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피자 체인점은 파파존스입니다. 설립자 존 슈내터는 성공의 비결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파파존스의 성공은 단순함에 있습니다. 피자를 더 잘 만들기 위해서 오직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메뉴를 단순하게 하고,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며 최상의 피자를 만듭니다.” 이런 단순함의 원리를 가장 잘 아시는 분이 있습니다. 예수님입니다. 주님은 613개의 율법 조항을 단 두 가지로 요약하셨습니다. 첫째, 네 ..

중보기도, 메마른 땅에 단비 - 최효석목사(겨자씨)

“땅에서 꽃 한 송이만 꺾여도 하늘에서는 별 하나가 말할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친다”고 영국 시인 프랜시스 톰슨은 노래했습니다. 세상 모든 생명이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깨달은 고백입니다. ‘사귐의 기도’ 저자 김영봉 목사는 이러한 깨달음이 중보기도에 대한 의심을 날려버렸다고 했습니다. 중보기도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된 것입니다. ‘돕는 기도’의 저자 프랭크 루박은 국가 지도자들을 위한 중보기도를 강조하면서 “1000만 명의 그리스도인들이 모든 나라의 권위자들을 위해 매일 기도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화해의 기적은 온 세상에서 일어날 것”이라 했습니다. 3일은 한날 한 시에 전 세계 여성들이 중보하는 세계기도일 13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1922년 국내 도입된 ‘세계기도일’은 ..

사랑의 이름으로 새날을 맞으라 - 김석년목사(겨자씨)

옛날 한 성자가 제자들에게 물었습니다. “밤이 지나고 새날이 밝아온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 제자들이 이런 저런 대답을 했으나 성자는 전부 틀렸다고 답했지요. 그러자 이번에는 제자들이 묻습니다. “그럼 선생님은 새날이 온 것을 어떻게 아십니까.” 성자는 말했습니다. “아침 창밖에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이 형제로 보이면 그때 비로소 새날이 밝아온 것이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이야기입니다. 그저 해가 지고 뜨며 자동적으로 새날이 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마음의 눈이 열려 모든 사람을 형제로 보고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에게 새날이 밝아온다는 것입니다. 물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럴 땐 억지로 사랑하지 말고 먼저 십자가 사랑의 강가로 나오십시오. 온전한 사랑은 오직 예수 십..

희망을 연주하는 봄의 소리 - 김석년목사(겨자씨)

깨어 있는 사람은 언제든 계절의 소리를 듣습니다. 스치는 바람에서, 산천에서, 햇볕에서, 작은 나뭇가지 하나에서도 계절의 발자국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십니까. 한 시인은 다가오는 봄을 향해 이렇게 노래합니다. “해마다 봄이 오면/어린 시절 어머니의 말씀/항상 봄처럼 새로워라//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솟는 대지의 눈//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한반도의 겨울은 몹시도 춥습니다. 매서운 날씨도 날씨려니와 지난겨울은 정말 예상치 못했던 사회적 한파로 인해 우리의 가슴도 꽁꽁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전 사회에 불어 닥친 삭풍에 국민 모두가 불안과 허탈, 분노에 쌓여 있습니다. 그야말로 앙상한 가지만 남은 늦겨울..

최고의 룸메이트 - 박성규목사(겨자씨)

최근 손봉호 박사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손 박사님은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62년 미국 필라델피아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유학했습니다. 기숙사를 배정 받았는데 2명이 사용하는 방이었다고 합니다. 캐나다에서 온 친구가 룸메이트였습니다. 방에는 책상 2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창문 쪽의 밝은 책상이고 하나는 구석 쪽의 어두운 책상이었습니다. 누구나 밝은 책상을 원하겠지요. 하지만 먼저 온 캐나다 친구는 어두운 곳에 있는 책상에 자신의 책을 꽂아놓았답니다. 그리고 손 박사님보다 키가 훨씬 크지만 이층침대 위 칸에 자신의 짐을 올려놨더랍니다. 덩치가 큰 서양인에게 아무래도 위쪽 침대는 불편한데도 말입니다. 손 박사님은 미안한 마음에 “책상이나 침대 중 하나는 불편한 것을 쓰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캐나..

하나님의 입맞춤 - 겨자씨

브레넌 매닝의 ‘부랑아 복음’에 소개된 이야기입니다. 한 외과 의사가 젊은 여인의 뺨에 난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수술을 하게 됐습니다. 환자의 얼굴 곡선을 살리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입 근육으로 이어지는 작은 신경 줄기를 절단해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입이 마비돼 뒤틀리고 말았습니다. 환자가 힘겹게 입을 움직여 물었답니다. “제 입이 앞으로도 계속 이럴까요?” “네, 그럴 겁니다. 신경을 잘라냈거든요.” 의사는 죄인이 죄를 고백하듯 맥없이 대답했습니다. 여인은 고개를 돌린 채 말이 없었습니다. 그때 젊은 남편이 가만히 미소를 짓고는 “난 좋아. 귀여워” 하며 부인에게 입을 맞췄습니다. 그 순간 의사는 거룩한 임재 앞에 선 듯 감동과 충격으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답니다. 남편이 다정하게 몸을..

노인과 어른의 차이 - 겨자씨

고령화 시대입니다. 노인이 많으면 사회가 병약해지지만 어른이 많으면 윤택해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패하는 음식이 있고 발효하는 음식이 있듯이 사람도 나이가 들수록 노인이 되는 사람과 어른이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노인은 나이를 날려버린 사람이지만 어른은 나이를 먹을수록 성숙해지는 사람입니다. 노인은 머리만 커진 사람이고, 어른은 마음이 커진 사람입니다. 노인은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지만 어른은 어린 사람에게도 배우려 합니다. 노인은 아직도 채우려 하지만 어른은 비우고 나눠 줍니다. 노인은 나이가 들수록 자기만 알지만 어른은 이웃을 배려합니다. 노인은 나를 밟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지만 어른은 나를 밟고 올라서라 합니다. 노인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만 어른은 나다운 아름다움을 찾은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교회는 세상의 희망 - 겨자씨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로 존경받는 사람 중에 고 박종홍 교수가 있습니다. 한 제자는 그를 가리켜 성성성(誠成聖), 곧 지성스럽게 살다가 신앙적인 거룩함을 찾아간 사람이라 평했습니다. 사실 그는 철학도로서 죽을 때까지 진리 탐구를 자기 사명으로 여겼습니다. 그렇게 일평생 진리를 추구하며 살다가 마침내 임종을 앞두고야 기독교 신앙에 입문했습니다. 그러나 병세가 워낙 심한지라 교회에 나갈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결국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의 바람대로 새문안교회에서 영결식을 치르게 됐는데, 당시 그의 제자들은 전부 의아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아니, 선생님이 언제 크리스천이 되셨지?” 후일 전후 사정을 듣고는 모두가 이렇게 수긍했다고 합니다. “그렇지, 교회 외에 딱히 갈 곳이 없으셨으니….” 안타깝게도 오늘날 ..

랑탕 마을 사람들의 봇짐 - 겨자씨

네팔에서 해발고도 3300m의 랑탕 마을은 티베트 타밍족이 많이 사는 지역입니다. 히말라야 산맥에서 험한 트레킹 지역으로 손꼽히는 랑탕 마을은 2015년 대지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습니다. 마을 주민은 물론 외국인 트레커 수백 명이 변을 당했습니다. 당시 살아남은 랑탕 주민들은 들에서 감자를 캐던 여인들이라고 합니다. 랑탕 국립공원의 마지막 마을인 강진곰파는 해발 3730m입니다. 그곳은 빙하가 덮인 고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척박해진 토양이어서 아무 것도 심을 수 없고 키 작은 식물들만 자라납니다.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과 소박한 먹을거리를 나누기 위해 랑탕 마을 사람들은 봇짐으로 감자를 지고 길을 떠납니다. 비록 간소한 물물교환이지만 감자를 담은 봇짐은 이웃마을 사람들의 생명과 연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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