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풀잎이 내게 시 한 구절을 준다/ 하늘이 안 무너지는 건 우리들 때문이에요, 하고/ 풀잎들은 그 푸른빛을 다해 흔들림을 다해 광채 나는 목소리를 뿜어 올린다.” 정현종 시인의 시 ‘광채 나는 목소리로 풀잎은’의 한 구절입니다. 하늘이 안 무너지는 건 철인(哲人)들의 고매함 때문이 아니라 여린 풀잎들이 그 푸른빛을 다하고 흔들림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지구가 질서 있게 유영하는 것은 지구를 떠받치고 있다는 거인 아틀라스의 땀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때문이고 여린 풀잎 같은 당신이 이름 없고 빛도 없는 곳에서 쏟고 있는 사랑의 섬김 때문입니다. 시인 안도현의 시 ‘외로울 땐 외로워하자’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산과 들이 온통 푸르름으로 가득 차게 되는 까닭은 아주 작은 풀잎 하나,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