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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을 가장한 하나님의 필연 - 이용규 선교사의 Nomad letter<갓피플매거진>

축복의통로 2015. 3.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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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을 가장한 하나님의 필연

이용규 선교사의 Nomad letter

나는 지금 한국에서 머물며 글을 쓰고 있다. 우리 가족은 1월에 비자 발급을 위해 한국에 나와 있으면서, 비자 발급이 늦어지는 가운데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실은 그 덕에 한국에서 집회로 섬기는 일이 가능하기도 하다. 

오늘은 특별히 정동교회 젊은이예배와 선교 집회를 섬기는 날이다. 아침에 이 집회를 위해 준비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다가 글을 쓸 시간과 감동을 얻게 되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의 비자 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해 말에 에어아시아 추락사고 당시 한국인 가족이 모두 생명을 잃은 사건이 있었는데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싱가폴로 여행하던 중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처음에는 비자 발급 기간이 길어짐으로 해서 사역 일정이 영향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부담을 주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주권 하에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자, 이렇게 주어진 시간이 매우 창조적인 시간이 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나님의 섬세한 배려와 인도하심 
셋째 하연이가 몇 달 전부터 눈을 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만약 우리 가정에 비자 문제가 있지 않았으면 추운 겨울에 한국에 아이들을 다 데리고 나올 일이 없었을 것이다. 겨울에 눈을 보면서 아이가 만족감을 표현했다. 하나님께서 하연이의 기도를 들어주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내 정연이는 한 번도 추위를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늘 반팔 옷만 입고 지냈고 땀 흘리며 살았다. 그 아이가 이번 겨울 한국에서 제대로 추위를 경험했다.

이번에 한국에 나오기 전에 아이들 겨울 옷 장만하는 일이 숙제거리였다. 아이들이 열대지방에 온 후 3년이 지나버렸기에 맞는 겨울옷도 없거니와 그 전에 가지고 있던 옷들은 다 다른 집에 나누어주고 처분한 뒤였다. 그렇다고 한두 달 쓰기 위해 아이들마다 옷을 준비하자니 아깝기도 하고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우리를 뒤에서 조용히 후원해주시던 자매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경영하시던 옷가게를 정리하게 되어 아이들에게 맞는 겨울옷을 보내주고 싶다고. 그래서 부모님 댁에 보내놓았는데 각자에게 맞는 옷이 세트로 갖춰진 것을 보았다. 이번에도 하나님의 섬세한 배려와 인도하심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감사할 수 있었다. 

특별히 이번에 나와 있게 된 이유가 아마도 한국에서 집회를 가질 수 있도록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이 있지 않으셨나 생각이 되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나는 인도네시아 사역의 한복판에서 매우 분주한 시간을 보내느라 별도로 외부 사역을 하는 데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자 문제로 지난여름과 올 겨울 두 차례를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나와 있게 되면서 한국에서의 집회 요청에 대해 편하게 응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개척교회나 청년수련회 등을 섬길 기회가 많이 있었다. 

특별히 정동교회 집회를 응락하면서 몇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나는 중학교를 마치고 상급학교로 진학할 당시 살던 집에서 멀리 떨어진 배재고등학교로 배정을 받았다. 나는 배재고등학교 99회 입학생이고 101회 졸업생이다. 

정동에 있던 캠퍼스가 고등학교 2학년 들어가는 시기에 강동구 명일동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지만 끝까지 따라가기로 결정했던 이유는 학교가 좋아서였다. 나는 공립학교에만 다니다가 처음으로 미션스쿨을 다니게 되었는데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가지는 학교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마음에 감동을 주었다. 학생들이 교장선생님을 좋아하고 그 분의 훈시를 기다리는 사실이 새로웠다. 

“여러분은 배재를 사랑하십니까? 여러분은 배재를 사랑하셔야 합니다.” 
짧지만 강력한 그 훈시는 내 안 깊은 곳에 설렘을 주었다. 

배재고등학교는 한국 최초의 감리교 선교사인 아펜젤러 목사님에 의해 세워진 학교로 한국 근대 교육의 시발점이었다. 정동교회는 아펜젤러 목사님이 세운 감리교회로서 덕수궁 옆에서 배재고등학교와 담을 대고 있는 자매기관이었다. 배재고등학교 졸업감사 예배는 늘 정동교회에서 드려졌다. 나는 1학년 시절 사색 가운데 그 앞을 지나다니던 기억이 있다. 

돌아보면 내가 지금 선교지에서 하고 있는 일은 바로 아펜젤러 선교사님이 조선 땅에 오셔서 하셨던 일이다. 아내는 또 한 분의 한국 최초의 선교사이며 교육선교를 하셨던 언더우드 선교사님이 세우신 연세대학교 출신이다. 

우리 부부는 그 분들의 사역의 열매로서, 다른 지역에서 그 분들이 하셨던 사역의 연장선상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 다닐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던 일이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인연을 이미 백삼십년 전 한국에 복음이 들어오기 전부터 계획해놓으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예비하신 길을 따라가다 보면 
이와 관련해서 내 삶을 반추해보면 하나님께서는 수많은 복선을 내 삶의 언저리에 묻어 두셨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1992년 중국과 한국이 완전히 수교되기도 전에 중국을 80일간 배낭여행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한 가지 중요한 목적이 있었는데 할아버지의 발자취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일제시대 만주로 건너가서 심양의 만융툰이라고 하는 조선인 집촌지역에서 후원을 일으켜서 민족학교를 설립하시고 조선인 자제들에게 한글 교육을 시키셨다. 할아버지가 세우셨다는 학교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물어물어 찾아가보니 그 학교는 이미 중국의 공립중고등학교로 바뀌어 있었다. 그 학교 교장선생님께 내 소개를 하자 학교 자료로 보관되어 있던 사진 몇 장을 보여주셨다. 할아버지와 당시 학생들이 같이 찍었던 사진들이었다. 그 사진이 할아버지 사진이라고 하며 당시 이야기를 하자 교장선생님은 이제야 숙제가 풀렸다는 이야기를 내게 해주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또 어떻게 보면 할아버지가 나라 잃은 설움 가운데서 새 날을 기다리며 하셨던 일의 연장선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이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생 가운데 다양한 복선을 심어주신다. 우리가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길을 따라가다 보면 이러한 복선들을 만나게 되고, 우리 삶 가운데 하나님께서 대를 거듭해서 우리 가운데 이루어가고자 하시는 아름다운 계획들을 확인하게 된다. 

이번에 아펜젤러 목사님의 헌신의 또 다른 열매인 정동교회에 섬기러 가면서 다시 한 번 고백하게 된다. 그분의 인도하심 가운데 순종함으로 우리의 기회와 꿈을 맡겨드릴 때, 하나님의 우리를 향해 가지고 계신 크고도 또한 섬세한 계획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열매 맺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용규서울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중동지역학 및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받자마자 안락한 미래의 보장을 전부 내려놓고 척박한 땅인 몽골 선교사로 헌신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대학(가칭)설립을 위해 기도하며 주님의 음성에 순종하고 있다. 저서 《내려놓음》, 《더 내려놓음》, 《같이 걷기》, 《떠남》. 
홈페이지 www.nomadlov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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