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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824

봄 맛 - 겨자씨

“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료인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 반칠환 시인의 시 ‘봄’입니다. 그 요리사 솜씨 한번 신통방통합니다.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꽃도 사실은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냉동식품이랍니다. 이것들이 요리사의 손에 닿으니 아지랑이처럼 김이 어리는 신선한 봄의 맛으로 부활합니다. 입안 가득 휘감아 오는 봄 맛. 한 입 깨어 무니 ‘봄’이라는 소망, 두 입 깨어 무니 ‘봄’이라는 위안, 세 입 베어 무니 봄이 말합니다. 자라라, 꽃피라, 사랑하라, 노래하라…. 요리사 솜씨가 이 정도일진데, 만물을 지으시고 섭리하시는 주님의 솜씨는 어떠하겠습니까. 아직 입이 풀리지 않은 휘..

날마다 부활을 살라 - 겨자씨

부활절 이틀 뒤, 한 모임에서 아는 장로님을 만나 반갑게 부활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러자 멋쩍은 듯 그분은 이렇게 대꾸하셨지요. “부활절은 잘 보냈습니다만, 정작 저는 부활의 삶을 살지 못해서 문제입니다.” 우리가 부활의 삶을 살려면 먼저 ‘3중 부활’을 믿어야 합니다. 하나, 역사적 부활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부활을 역사적 사건으로 믿는 것입니다. 둘째, 실존적 부활입니다. 십자가 부활이 성령의 역사로 인하여 나의 십자가, 나의 부활 사건이 됨을 믿는 것입니다. 셋째, 현재적 부활입니다. 오늘 내 안에 솟구치는 죄와 허물에 대해 십자가에 죽고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심을 믿는 것입니다(갈 2:20). 그러할 때 비로소 내 안의 그리스도와 함께 날마다 부활의 능력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얀테의 십계명 - 겨자씨

‘얀테’는 노르웨이 작가인 악셀 산데모제의 소설에 등장하는 가상의 덴마크 마을 이름입니다. 이 마을엔 이상한 게 있습니다. 보통사람보다 똑똑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상하게 취급받지 않으려면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얀테의 십계명인데, 북유럽의 육아법을 반영한 것입니다.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다른 이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여기지 마라. 남들보다 더 낫다고 믿지 마라.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기지 마라. 뭐든지 잘한다고 여기지 마라. 남들을 비웃지 마라. 남들이 당신에게 신경 쓴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들을 가르치려 들지 마라.” 오늘날 세상에서 다툼이 끊이지 않는 것은 자신이 다른 ..

사랑에 목마른 이들에게 - 겨자씨

“나는 일평생 사랑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아직 그 사랑을 찾지 못했다.” 20세기 미의 화신으로 불리던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남긴 말입니다. 그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생을 살았습니다. 8명의 남성과 사귀며 결혼을 일곱 차례나 했지만 끝내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비단 그만의 탄식은 아닐 것입니다. 세상 곳곳에는 여전히 사랑에 목마른 이들로 아우성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사랑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누군가는 말합니다. “사랑은 사전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찾아야 한다.” 2000년 전 예수님은 갈보리의 십자가 위에 계셨습니다.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그분은 자신을 못 박은 자들을 위해 사랑의 기도를 드리셨지요. “아버지, 저들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그분의 심장에는 사랑뿐이었습니다. ..

십자가와 진달래 - 겨자씨

개나리와 함께 봄을 알리는 진달래는 그에 얽힌 전설도 많습니다. 고려의 개국공신인 복지겸이 병들자 딸이 산에 올라 100일 기도를 드렸습니다. 꿈속에서 아미산에 핀 진달래꽃으로 처방을 받아 치료받았다는 얘기가 전해옵니다. 벌써 남녘의 산에는 진달래가 활짝 피고 있습니다. 진달래는 “내가 진다고 할래”라고 해서 진달래입니다. 진달래는 아무도 짐 지려 하지 않는 추운 겨울을 짊어지는 꽃입니다. 그래서 삭막하고 황량한 음지에서 피어납니다. 진달래는 ‘먼저’ 지는 꽃입니다. 봄꽃이 져야 여름이 오고, 꽃이 져야 열매를 맺습니다. 그래서 진달래는 아름다운 선홍색 꽃잎을 떨궈 버리고 먼저 한 알의 밀알로 지고 맙니다. 예수님의 꽃은 진달래입니다.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인생의 짐, 인류의 죄 짐을 다 짊어지고 돌..

‘알뜨랑 비누’ 같은 성도 - 겨자씨

한때 여러 종류의 비누가 출시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인삼 살구 오이 등 피부에 좋은 약초와 과일, 채소가 비누의 재료로 총동원됐었죠. 이들 비누는 모두 고급화를 지향했습니다. 하지만 고급화 물결 속에 조금 다른 콘셉트로 홍보한 비누가 있었습니다. 바로 ‘알뜨랑’입니다. 이름만 봐서는 ‘고급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며칠을 써도 처음 본 그 모습, 온 가족이 써도 변함없는 그 모습, 심지어 마구 머리를 감아도 똑같은 그 모습”이라는 기치를 건 비누는 오래 쓸 수 있다는 장점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이 비누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믿을 수 없는 ‘성능’에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목회를 하며 ‘알뜨랑’ 같은 성도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언제나 똑같은 모습으로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들을 말합니다. 늘 한결같은 ..

쥐약이 문제다 - 겨자씨

“내 말 잘 알아들어라(중략).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고양이도 아니고 쥐덫도 아니고 무서움을 다채롭게 위장한 쥐약이다.” 송현의 시 ‘어느 쥐의 유언’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쥐 마을에서 현명한 고참 쥐가 죽기 전에 후배 쥐들을 모아놓고 유언을 했습니다. 고양이도 나이 들면 그저 같이 늙어가는 이웃일 수가 있고, 쥐덫도 그 나이가 되면 분간할 줄 알지만, 쥐약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무서움을 다채롭게 위장한 쥐약, 전혀 쥐약처럼 보이지 않는 쥐약, 더 나아가 먹으면 뿌듯하고 행복할 것 같은 쥐약. 그 놈의 쥐약은 나이 들어 죽을 때가 돼도 문제라는 것입니다. 사탄은 쥐약처럼 우리를 유혹합니다. 사탄은 자신을 빛나는 존재, 즉 광명의 천사로 속입니다. “이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니라. 사탄도 자기를..

오늘의 구원 - 겨자씨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던 날 갈보리 언덕에는 세 개의 십자가가 세워졌습니다. 예수님과 두 죄인의 십자가였지요. 그중 한 사람이 돌이켜 은혜를 구하자 주님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오늘’입니다. 분명 기독교 신앙은 미래에 도래할 천국을 소망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기독교 신앙은 오늘의 일상에서 그 구원을 이루며 살아야 합니다. 예수 안에서 오늘 더 진실하게, 오늘 더 평안하게, 오늘 더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사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50대 중반의 한 목사님 이야기입니다. 그는 일찍이 교회를 개척해 충실히 사역했습니다. 그런데 교회가 한창 성장할 즈음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말았지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교회는 그에게 치료차 안식년을 ..

1등보다 높은 가치 - 겨자씨

2017년 12월 10일 미국 댈러스에서 BMW댈러스마라톤대회가 열렸습니다. 이 대회에서 요즘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1등으로 달리던 첸들러 셀프가 결승선을 불과 183m 남겨 놓고 주저앉았습니다. 그런데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던 여고생 아리아나 루터먼이 그냥 앞질러가지 않았습니다. 루터먼은 주저앉은 셀프를 부축하고 함께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비틀거리는 셀프를 먼저 결승선에 밀어 넣었습니다. 10대 중반 고교생이 1등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 너무도 놀랍습니다. 그것은 1등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참으로 감동적인 장면이었습니다. 2018 평창 패럴림픽이 지난 18일 막을 내렸습니다. 패럴림픽은 몸에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참여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경기에서 우선시하는 속도나 정교..

희락과 쾌락 - 겨자씨

성경에는 기쁨이라는 뜻을 지닌 2개의 단어가 나옵니다. 희락과 쾌락입니다. 희락이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다가 그가 기뻐하는 것을 보고 나도 기뻐하는 기쁨입니다. 반대로 쾌락은 나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는 탐욕스러운 기쁨입니다. 예수님은 쾌락이 아니라 희락을 추구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자신만의 기쁨을 추구하셨다면 십자가를 지지 않으셨을 것이고 구원도 없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인 우리도 자기 기쁨이 아닌 이웃의 기쁨을 추구해야 합니다. 요즘 한국 사회를 보면 성희롱과 추행, 폭행에 시달린 여성들의 가슴 아픈 호소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기적 쾌락만 추구한 사람들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신자들 역시 쾌락을 추구해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희락을 추구해야 하는데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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