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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824

아직 오지 않았다 - 겨자씨

가을입니다. 여름내 푸르던 나뭇잎이 놀놀하게 타들어가는 것을 보니 자연스레 인생의 가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며칠 전, 모 방송의 토크쇼를 보았습니다. ‘100세 시대, 과연 축복인가’란 주제로 진행된 쇼에는 유명한 노 여배우가 나와 자신의 왕성함을 자랑했지요. 하지만 말미에 고백합니다. “건강을 유지하려고 기를 쓰며 운동하고 먹을 것도 가려 먹지만 신체기능이 약화되고 병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어요.” 그녀의 탄식처럼 우리는 점점 쇠하여 갈 것입니다. 지금 아무리 푸르고 싱싱하더라도, 설령 120세, 150세 시대가 올지라도 그것은 임시적 유예일 뿐 진정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이렇듯 인생이 죽음으로만 치닫는 삭연한 것이라면 우리는 대체 어디서 소망을 얻을 수 있을까요. 여기, 위대..

고난이 내게 복이라 - 겨자씨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의 저자 신순규는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9세에 녹내장과 망막박리로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 안과 의사였던 아버지의 친구는 “아이에게 꼭 종교를 갖게 하라. 불교보다는 기독교가 낫다”고 권했습니다. 그래서 서울맹학교에 다니며 예수님을 믿게 됐습니다. 신순규는 13세 때 미국 순회공연 중 오버브룩맹학교의 초청을 받습니다. 2년 뒤 미국 유학을 갑니다. 고등학교 졸업 때는 전교 5등을 했고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MIT 펜실베이니아대 등 명문대학에 합격했습니다. 하버드대에 진학해 심리학을 전공했고 MIT에서 경영학과 조직학 박사과정을 공부했습니다. 신앙의 힘으로 역경을 극복한 신순규는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공인재무분석사로 미국 뉴욕 월가의 세계적 투자은행 브라운 ..

아버지와 까치 - 겨자씨

“얘야, 저 새가 무슨 새라고 했지.” “몇 번이나 대답해야 아시겠어요. 까치요, 까치라고요.” 이어령 선생의 책 ‘이어령의 80초 생각 나누기’(시공미디어)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고요한 가을날 까치 한 마리가 뜰로 날아왔습니다. 치매기가 있는 노인이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얘야, 저 새가 뭐지.” “까치요.” 아버지는 조금 후 다시 묻습니다. “얘야, 저 새가 뭐지.” “까치라니까요.” 아버지는 창밖을 보시더니 또 묻습니다. “얘야, 저 새가 무슨 새라고 했지.” “몇 번이나 대답해야 아시겠어요. 까치요, 까치라고요.” 그때 옆에 계시던 어머니가 안타까운 듯 말씀하셨습니다. “아범아, 너는 어렸을 때 저게 무슨 새냐고 100번도 더 물었단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까치란다, 까치란다.’ 100번도 넘게 ..

투명하게, 체계적으로 조직을 갖추는 이스라엘 (역대상 26:20~32) - 겨자씨

투명하게, 체계적으로 조직을 갖추는 이스라엘영상큐티보기오늘의 찬양 (나의 영원하신 기업) (1) 나의 영원하신 기업 생명보다 귀하다 나의 갈길 다가도록 나와 동행하소서 후렴 : 주께로 가까이 주께로 가오니 나의 갈길 다가도록 나와 동행 하소서 아멘 (2) 세상 부귀안일 함과 모든 명예 버리고 험한 길을 가는 동안 나와 동행 하소서 (3) 어둔 골짝 지나가며 험한 바다 건너서 천국문에 이르도록 나와 동행 하소서 역대상 26:20 - 26:32 20 레위 사람 중에 아히야는 하나님의 전 곳간과 성물 곳간을 맡았으며 21 라단의 자손은 곧 라단에게 속한 게르손 사람의 자손이니 게르손 사람 라단에게 속한 가문의 우두머리는 여히엘리라 22 여히엘리의 아들들은 스담과 그의 아우 요엘이니 여호와의 성전 곳간을 맡았고..

식구라는 의미 - 겨자씨

깻잎을 먹을 때면 늘 어려움을 겪습니다. 맛있는 깻잎 반찬을 바로 먹고 싶지만 한 장씩 뜯어내는 게 쉽질 않아서입니다. 여러 장이 붙어서 따라 올라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죠. 깻잎을 들추다 문득 아내를 쳐다봤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금세 다른 깻잎을 잡아줬습니다. 한 장만 뗄 수 있게 도와준 것이죠. 어찌나 고마웠는지요. 순간 가족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깻잎 먹을 때 젓가락으로 잡아줘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바로 가족 아닐까요. 가족의 또 다른 이름은 식구입니다. ‘함께 먹는 입’이라는 뜻입니다. 영어로 회사를 컴퍼니(company)라고 하죠. ‘com’은 ‘함께’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pany’는 ‘빵’을 의미합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한솥밥을 먹는다는 훈훈한 뜻을 갖고 ..

어머니의 ‘그륵’ - 겨자씨

“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 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 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 시인 정일근의 시 ‘어머니의 그륵’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우리 어머니들은 온몸으로 매일 시를 써오셨습니다. 국어사전을 옆에 두고 쓰는 시와는 다릅니다. 어머니는 삶을 통해 말을 만드셨고 그릇을 그륵이라 하십니다. 그릇이 맞는다고 해도 여전히 그륵이라 하십니다. 그런데 세월을 먹고 보니 그릇보다 그륵이 좋아집니다. 어머니를 닮아가나 봅니다. 이대흠의 시 ‘동그라미’에 보면 어머니의 발음법이 나옵니다. “어머니는 말을 둥글게 하는 버릇이 있다. 오느냐 가느냐라는 말이 어머니의 입을 거치면 옹가 강가가 되고 자느냐 사느냐라는 말은 장가 상가가 된다. 어머니의 말에는 한사코 ○이 다른 것들을 떠받들고 ..

생명의 가치 - 겨자씨

대학원 조교 시절, 지도 교수님 연구실엔 화분이 많았습니다. 교수님이 인기가 많아 학생들이 철마다 화분을 사온 것이죠. 연구실이 작은 화원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이 연구학기로 장기 출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화분을 관리하게 됐는데 그 어려움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동양란이 까다로웠습니다. 교수님께는 비밀이지만 당시 물을 주는 타이밍을 놓쳐 얼마나 많은 난초를 ‘천국’으로 보냈는지 모릅니다. 더위에 약한 꽃이나 추위에 약한 꽃, 햇볕에 내놓아야 하는 화분이나 그늘에 둬야 하는 화분, 하루에 한 번씩 물을 주는 화분이나 한 달에 한 번만 줘도 족한 화분 등 정말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화분이 사는 기간도 제각각이었습니다. 서양란은 딱 한철 꽃을 피우고 나면 너무나 초라해집니다. ..

손가락 찬가 - 겨자씨

어느 날 손가락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만 보니 서로 길이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릅니다. 다들 개성이 강했습니다. 흐뭇한 마음으로 손가락을 보며 그럴싸한 노래를 적어 봅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다들 개성들이 강하다. 가만 보니 우리 교회 성도들 같다. 손가락 닮은 성도들…. 작고 배불뚝이 볼품없지만 남을 최고라 격려해 주는 엄지 같은 성도. 바른 방향을 가리키는 일을 감당하지만 걸핏하면 다른 이를 가리키며 상처를 주는 검지 같은 성도. 홀로 서면 치명적인 욕이 되지만 검지와 함께 서면 승리를 기원하는 키다리 중지 같은 성도. 힘이 없고 약해 빠져 아무 쓸모도 없을 것 같지만 약을 정성스럽게 섞어주고 눈과 같이 연약한 지체를 돌보는 약지 같은 성도. 제일 작지만 약속 하나 끝내주..

기적에도 중독이 있습니다 - 겨자씨

중독은 나쁜 습관이 반복되는 것 때문에 생기는 결과입니다. 약하고 별것 아닌 것에서 시작하지만 반복되면서 의존하게 됩니다. 강도도 더욱 세지죠. 습관은 결국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중독이 되는 것입니다. 중독은 마치 늪과도 같습니다. 한번 빠지면 나오기 힘들고 어느새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듭니다. 묵상 중 신앙생활에도 ‘기적중독’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광야를 지나던 이스라엘 백성은 많은 기적을 경험했습니다. 우선 홍해가 갈라지는 것을 봤습니다. 만나가 내려와 굶주림에서 벗어나는 일도 체험했습니다. 반석에서 물이 솟아나는 경험도 했죠. 요단강 물이 멈추는 것도 봤습니다. 그리고 끝내 여리고성이 무너져 내리는 걸 지켜봤습니다. 기적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런 체험의 결과 유대인들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

눈이 아니라 믿음으로 - 겨자씨

이 세상 사람들이 두 눈으로 확실히 보면서도 진리가 아닌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이해하는 현대인들은 눈으로 보면서도 마음으로는 태양이 움직이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여깁니다. 그리스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는 알지 못하고 결혼한 여왕이 어머니인 것을 알게 되자 두 눈을 찔러 자신의 운명과 어리석음을 스스로 처벌했습니다. 그는 헛된 신탁에 사로잡혀 눈으로 보이는 사실만을 추구하다가 비극적인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와신상담으로 잘 알려진 월왕 구천이 오왕 부차에게 사로잡혔습니다. 그는 “부끄럽다. 이같이 훌륭한 대왕을 몰라보고 대적하여 싸운 내가 부끄럽다”고 노래하며 땅에 엎드렸습니다. 오왕 부차는 두 눈을 뜨고 구천의 말에 속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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