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조교 시절, 지도 교수님 연구실엔 화분이 많았습니다. 교수님이 인기가 많아 학생들이 철마다 화분을 사온 것이죠. 연구실이 작은 화원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이 연구학기로 장기 출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화분을 관리하게 됐는데 그 어려움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동양란이 까다로웠습니다. 교수님께는 비밀이지만 당시 물을 주는 타이밍을 놓쳐 얼마나 많은 난초를 ‘천국’으로 보냈는지 모릅니다. 더위에 약한 꽃이나 추위에 약한 꽃, 햇볕에 내놓아야 하는 화분이나 그늘에 둬야 하는 화분, 하루에 한 번씩 물을 주는 화분이나 한 달에 한 번만 줘도 족한 화분 등 정말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화분이 사는 기간도 제각각이었습니다. 서양란은 딱 한철 꽃을 피우고 나면 너무나 초라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