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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49

눈의 의미 - 겨자씨

서구 사회에서는 자기를 감추려고 할 때 눈 주위를 가립니다. 배트맨도 쾌걸 조로도 모두 눈을 가리고 나타납니다. 가면무도회에서도 화려한 치장을 한 눈가리개가 등장합니다. 반면 동양권에서는 입을 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을 분별할 때 어디를 보는지에 대한 동서양의 차이가 참 재미있습니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화된 요즘 눈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습니다. 눈만 보고도 사람을 알아보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입술에 포커스를 둔 화장에서 눈 화장만 해도 자신의 개성 표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배워가는 듯 싶습니다. 눈도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음을 실감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으로 하는 일은 줄이고, 눈은 크고 똑바로 떠서 현실을 직시하라는..

랜선 신앙 - 겨자씨

랜선은 PC나 노트북을 인터넷 공유기에 연결할 때 쓰는 케이블을 말합니다. 근거리 통신망을 뜻하는 랜(LAN)과 선이 합쳐진 합성어입니다. 먼 거리라서 자주 만날 수 없는 연인 사이의 애틋함을 ‘랜선 연애’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랜선 공연, 랜선 응원, 랜선 라이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제는 온갖 사회활동에 랜선이라는 단어가 감초처럼 등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신앙생활에도 랜선 신앙이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터넷 예배, 언택트 문화를 경험하면서 교회에 나가는 것보다 삶의 자리에서 예배에 접속해도 별문제 없다는 생각이 자리 잡은 것입니다. 물론 부득이한 경우 랜선 예배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직접 교회 현장에서 드리는 예배를 대치할 순 없습니다. ‘..

어려운 숙제 - 겨자씨

한 나그네로부터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이야기를 들은 슐레밀이 다음 날 아침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한나절 걷다 잠시 쉬려고 길가에 누워 잠을 청했습니다. 슐레밀은 벗은 신을 걸어갈 쪽을 향해 놓아뒀습니다.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방앗간 주인이 장난을 치기 위해 신을 거꾸로 돌려놓았습니다. 잠에서 깬 슐레밀은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이상했습니다. 걸을수록 익숙한 풍경이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어둠이 내릴 무렵 어떤 동네에 도착했습니다. 동네 모습을 본 슐레밀은 깜짝 놀랐습니다. 살던 동네와 똑같았기 때문이죠. 마을 장로들의 결정대로 슐레밀은 자기 집과 너무나도 비슷한 집에서 살게 됐지만, 세상이 넓다 보니 이렇게 놀라운 일도 있다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진짜 자기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갑니..

체르노빌 - 겨자씨

지난해 미국에서 ‘체르노빌’이란 드라마가 방영됐습니다. 1986년 러시아에서 발생한 핵발전소 사고를 소재로 한 팩션(faction)입니다. 완패한 바둑판을 복기하듯 사건의 전말을 추적하며 어디가 패착이었는지 찾아내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진실이 주는 엄청난 무게를 경험합니다. 진실을 감추고자 애쓰는 사람들의 위협도 만만치 않습니다. 생생한 현실 묘사와 재앙 같은 현실 앞에 자신만 피해를 보지 않으려는 추악한 자들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드라마에서 핵 유출보다 더 큰 위험은 거짓말이라고 말합니다. 거짓은 다양한 얼굴로 나타납니다. 은폐 회피 궤변 합리화 무책임 등 중국의 ‘변검술’이라는 기예와 같습니다. 지금 한국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하늘이 웁니다 - 겨자씨

어릴 적 집 앞 언덕에 봄이 오면 그 언덕이 너무 아름다워 즐겁게 뛰어놀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져 무릎이 까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정성스레 약을 발라주시고 귀한 반창고까지 붙여 주셨습니다. 그런데 또 넘어지고 같은 곳을 또 다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아가, 조심하지 않고 왜 또 넘어지니. 엄마가 마음이 참 아프다”며 정성스럽게 치료해 주셨습니다. 몇 년 전부터 우리는 새로운 질병 앞에 넘어지고 또 넘어집니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넘어졌습니다. 우리 힘으로 치료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런 인생들을 바라보며 안타깝게 우는 분이 계십니다. 어머니 같은 심정으로 달려오는 분이 계십니다. 상처받은..

독약과 단거 - 겨자씨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시인 이성복의 시 ‘그날’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잔디 뽑는 아낙네, 거리의 시장 사람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다고 합니다. 병들었는데 아프지 않다고 하면 진짜 병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죄를 죄로 인정하지 않을 때, 진짜 죄 속에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죄’라는 말을 싫어해 사회심리학적 용어들을 사용해가며 죄로부터 도피하려 합니다. 독이 든 병에 독 대신에 영어로 댄저(danger)라고 적었다고 합시다. 그랬더니 어느 사람이 날름 삼켜 죽고 말았습니다. 영어가 짧아 댄저를 단거(단 음식)로 읽었던 것입니다. 독은 독이고 죄는 죄입니다. 병든 것을 인정할 때 치유가 시작되고, 죄를 인정할 때 죄의 해결이 시작됩니다. 병들고 죄 있다고 인정할 때 예수..

심호흡 - 겨자씨

한 산부인과 의사가 겁에 질린 산모를 안정시키려 했습니다. 출산의 두려움에 압도돼 떨고 있는 산모에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심호흡을 해 보세요. 심호흡.” 확신에 찬 의사의 말에 산모는 순종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소리쳤답니다. “심호흡, 심호흡, 심호흡.” 산모는 너무 당황하고 불안한 나머지 호흡을 고르게 하는 대신 주문 외우듯이 심호흡을 외친 것입니다. 우리 삶에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순간, 말로 끝난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기도로 승부해야 하는 그때 근심과 탄식으로 보낸 때도 얼마나 많습니까. 속히 문제를 파악하고 수습해 대책을 세워야 할 때, 원망과 불평으로 시간을 헛되게 보낸 경우는 또 얼마나 많습니까. 주님이 우리를 애타게 초청하시는데, ‘장가가야 하고 소도 사야 하고’ 하면서..

무지개가 보이는 자리 - 겨자씨

얼마 전 집에 오는 길에 쌍무지개를 봤습니다. 선명한 무지개를 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쌍무지개를 볼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무지개는 햇빛이 빗물 방울에 반사되면서 나타납니다. 쌍무지개는 햇빛이 물방울 안에서 두 번 굴절돼 생깁니다. 그래서 색깔 순서도 서로 반대입니다. 무지개는 햇빛이 반사되는 것이기에 해 뜬 곳의 반대편에 생깁니다. 아침엔 서쪽 하늘에, 저녁엔 동쪽 하늘에 생기는 이유입니다. 눈에 무지개가 보인다는 것은 내 뒤에 해가 떠 있다는 뜻입니다. 분수에서도 무지개를 볼 수 있습니다. 해와 분수 사이에서 해를 등지고 분수를 보면, 분수의 물방울에 반사된 무지개를 항상 볼 수 있습니다.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나니 이것이 나와 세상 사이 언약의 증거니라.”(창 9:13) 무지개는 노..

돛과 닻 그리고 덫 - 겨자씨

목적지까지 최대한 빨리 데려다주면 황금을 주겠다는 손님의 제안에 선장은 신이 났습니다. 선장은 배에 있는 물건들을 바다에 던졌습니다. 손님은 황금 한 개를 더 보여주며 더욱 다그쳤습니다. 선장은 묵직한 쇳덩이를 바라보며 고민하다가 이내 바다로 던져 버렸습니다. 그 쇳덩어리는 ‘닻’이었습니다. 배는 돌고래처럼 빨리 달렸습니다. 그러나 목적지 뭍에 발을 디딜 수가 없었습니다. 배는 바람을 타기 위한 돛뿐 아니라 정박을 위한 닻도 필요합니다. 닻 없는 배는 덧없는 배가 됩니다. 예리한 칼은 더욱 든든한 칼집이 필요하듯, 달려가는 능력이 5할이라면 멈추는 능력도 5할입니다. 파란불에 달리지 않으면 욕 좀 먹을 뿐인데, 빨간불에 멈추지 못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모세는 가나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

스토브리그 - 겨자씨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인기 중에 끝났습니다. 정규시즌 성적은 프로야구의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인 스토브리그에서 미리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계약 갱신, 트레이드, 연봉 협상, 기초체력 훈련, 팀워크 다지기 등 게임 이면의 중요한 것은 이때 다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에선 무엇보다도 선수들의 체력 훈련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시즌을 견뎌내기 위해선 강인한 체력이 절대적이지요. 정말 필요한 선수를 얻기 위해 아끼던 선수를 내보내는 트레이드는 정확한 분석과 결단의 산물입니다. 방출의 아픔, 능력과 고과에 따라 진행되는 연봉 협상 등은 사회의 축소판 같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스토브 리그’는 어떨까요. 세상은 능력에 따라,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합니다.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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