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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영 목사 9

믿음은 자기 문제이다 - 윤대영 목사(부천 처음교회)

장로님 한 분이 계셨다. 그 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계속 출석해 오셨는데 어느 날 교회를 훌쩍 떠나버렸다. 그 이유는 목사님을 신뢰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도에게 신뢰를 못 준 목사 탓이다. 그 목사님은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믿음과 신뢰, 이런 것은 상대 때문에 신뢰가 없어지고, 믿음이 불신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결국 신뢰와 믿음은 전적으로 자신의 문제이다. 1960년대 어느 해 여름, 내가 직접 목격했던 일이다. 동네 아저씨 한 분이 마당 한 켠에서 물을 끓이고 올가미를 들고 자신이 키우던 개의 이름을 불렀다. 옛날엔 개의 이름이 ‘도꾸’가 참 많았다. 도꾸는 꼬리를 흔들며 반갑다고 그 아저씨 앞에 왔다. 그런데 아저씨는 별안간 올가미를 걸어 도꾸를 숨쉬지 못하게 만든 뒤 그 ..

[겨자씨] 누가 의인인가

우리나라의 목사님 중에서 최고의 성자로 불리는 분이 계시다. 그분은 북한에서 피난하실 때, 성경책 한 권만 들고 오셨다. 그분은 한때 폐병으로 고통을 당하시도 했다. 그러나 기도와 청빈한 삶으로 북한의 고향을 떠나 남쪽으로 내려온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의 진정한 이웃이 되어주셨다. 항상 인자한 미소와 겸손한 삶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한 몸에 받기에 마땅하셨다. 지금도 그분은 한국 목사의 모범적인 사표가 되어 있다. 그런데 동시대에 K라는 목사님이 계셨다. 키도 크고 손도 크셨다. 한때 정치적으로 유신정권과 깊은 관계를 맺어 정치 목사란 비판도 받으셨다. 그러나 그분은 결코 정치목사가 아니셨다. 대통령 장례식에서 조사대신 성경말씀을 봉독하실 정도로 강직하신 진리에 바로 선 목자셨다. 그분이 은퇴하시기 직전의 일..

[겨자씨] 바다색은 하늘 색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인생의 난관을 만난다.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사람들의 생각과 반응은 다르다. 신앙의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 사람의 영성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제반사를 예민한 영감을 가지고, 그 원인을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로 볼 수만 있다면, 영성이 건강한 사람이다. 야곱은 디나의 사건으로 하몰가에 보복이 자행되자 다시 피의 보복이 두려워 위기감에 빠졌다. 곰곰이 생각했다. “이 위기의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디나의 분별없는 행동일까. 아니면 자제할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인 야곱가의 자녀 때문일까?” 그러나 야곱은 처음 하나님을 만났던 벧엘이 떠올랐다. “하나님과 내가 약속을 하지 아니하였던가. 하나님을 위해 단을 쌓고 하나님을 섬기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겨자씨] 땅을 치고 후회하고

한 목사님이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시골교회에 자원해 부임하셨다. 교인은 15명. 그것도 가난하고 어려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었다. 농촌에는 각종 채소나 곡식 등 잉여농산물을 버리기가 일쑤다. 이러한 농산물을 모아 새벽시장이 끝나기 전에 나가 팔아서 남은 이익금을 온 마을 분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온 동네사람들을 모아 놓고 공동구매를 하자고 제안하셨다. 사료공장에 가서 협의하여 3개월 외상에 20% 저렴하게 구입하고 대신 사료의 배달은 목사님이 직접 하시기로 계약을 했다. 목사님의 사료 구매 배달은 힘겨운 짐이었다. 그래도 마음은 기쁘고 즐거웠다. 농촌에는 노름으로 재산을 탕진하는 예가 많았다. 겨울이면 노름을 하지 못하도록 부업을 장려했다. 노름이 없어지고 술 먹는 일이 줄어들었다. 이로 인하여 교인이..

[겨자씨] 받은 이가 사랑이라 해야 한다

중학교 3학년 어느 학생의 생일이 다가왔다. 교회학교에선 학생들의 생일을 적어두고 생일을 축복하는 기도와 조촐한 파티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반 담임집사님이 반 아이 전체를 데리고 피자집으로 가서 융숭한 대접을 하고 축하한다고 케이크까지 잘라주고 노래를 하며 즐겁게 축하파티를 하였다. 그런데 축하파티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학생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교회가 축하를 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반 담임이 개인적으로 해준 파티가 약간은 부담이 되었다. 사랑이란 내가 하고 싶어 해 주면 사랑일까. 이는 마음의 폭력이 될 수도 있고 마음의 절도도 될 수 있다. 그리고 내 사랑을 받으라는 강요도 될 수 있음을 오늘의 십대들은 느낄 수 있다. 사랑이란 받는 사람이 원하는 사랑..

[겨자씨] 무엇이 더 소중할까

연말이 되면 도움을 청하는 수십 통의 서신이 온다. 대부분 담당부서에서 겉봉만 보고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쓰레기통을 비우다가 겉봉을 개봉하지도 않은 채 버려진 우편물을 발견했다. 그 안의 내용은 절절했다. 사모가 폐암으로 오늘 생명이 끝날는지 내일 생명이 끝이 날는지 모르는 위기에 있다고 한다. 수술비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며 도움의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 절박하고 애절한 편지를 본 이상 한참 하늘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얼마의 돈을 보낼까. 아니면 위로의 편지를 보낼까. 아니면 내일 새벽에 온 교우들과 함께 기도를 드릴까.’ 생각을 해 보았다. 아무래도 얼마의 수술비를 보내는 것이 좋을 듯하여 담당 부서장에게 개봉한 편지와 함께 “예산이 허락되면 재고하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메모지를 붙..

[겨자씨] 쌍무지개 뜨는 언덕

새벽닭이 울고 잿빛 안개가 자욱한 들녘이다. 장로님은 새벽기도회를 드리기 전 밭에 나와 채소를 뽑아 단을 묶고 무를 뽑아 수레에 싣는다. 그리고 온 읍내를 다니면서 논과 밭이 없는 이들의 집들을 찾아가 몰래 대문 안에 채소나 무를 마치 산타크로스 할아버지처럼 선물로 주고 나선다. 주로 논밭이 없어 농사를 짓지 않는 가난한 집들을 대상으로 선물을 준다. 아예 봄이면 밭에 이랑을 만들어 놓고 내심 이 이랑은 누구의 집을 위해, 저 이랑은 누구를 위해 씨를 뿌린다고 미리 마음에 정해 놓는다. 그리고 교회에 나아가 새벽기도를 드린다. 본인의 기도가 겨우 본인에게만 들릴 정도로 그렇게 나직이 기도를 드린다. 어느 날 새벽, 장로님이 공동기도를 해야 할 날이 다가왔다. 그런데 장로님의 기도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한..

[겨자씨] 나를 지키시는 파수꾼

올해는 유달리 추운 겨울이다.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대전에 급히 배달할 화물이라 황급히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교통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서 정지하라는 방송이 계속 들려 왔다. 갓길을 찾아 안전하게 정차했다. 갑자기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이 추운 겨울날 그렇지 않아도 도로가 얼어서 반질반질한 위험한 고속도로에서 과속하고 있는 나를 과속하지 않도록 정지시켜주는 경찰이 있다는 것이 너무도 고마웠다. 차에서 내려 교통경찰에게 고개를 깊이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 추위에 쉬시지도 못하고 안전을 위해서 수고하는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과속을 하지 않도록 높은 범칙금 스티커를 발급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교통경찰은 어이없어했다. 보통은 잘 봐 달라고 하든지,..

[겨자씨] 사랑할 사람만 있으면 산다

90세가 다 된 할아버지가 삶의 의욕을 잃고 홀로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서울에서 아들이 하나밖에 없는 손자를 데리고 내려왔다. 방안에 들어서지도 않고, “아버지, 손자 며칠만 데리고 계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그냥 떠나갔다. 그날부터 할아버지는 손자를 위해 하루 세끼 밥을 짓고, 반찬을 하고 땔감을 모아 불을 지피고, 씨를 뿌리고, 채소를 가꾸고, 장을 담그고, 집수리까지 했다. 어디서 힘이 났는지 할아버지도 모른다. 이젠 손자를 위해 돈도 필요했다. 열심히 농작물을 가꾸어 시장에 내다 팔기도 했다. 그래야 손자의 학비를 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역할이 바뀌고부터 젊어진 기분이다. 시간은 번개처럼 흘렀다. 하루하루가 바쁘게 지나갔다. 어언 삼년이 흘렀다. 어느 날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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