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순원의 작품 중에 ‘링반데룽’이란 단편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공수병으로 죽어가는 친구를 지켜보면서 멀어진 애인 ‘설희’와의 재회를 꿈꾸지만 제자리만 맴돌 뿐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링반데룽을 안타까워하는 작품입니다. 링반데룽은 독일어인데 ‘링(Ring)’은 ‘원’을, ‘반데룽(Wanderung)’은 ‘방황’ 혹은 ‘방랑’을 의미합니다. ‘원형방황’으로 번역됩니다. 이 말은 등산용어인데 동일한 지점에서 일정한 장소를 원을 그리며 계속 방황하는 것을 말합니다. 분명 똑바로 나아간다고 믿고 걸었는데 한참 후 바라보니 원래 출발한 그 자리에 서 있더란 말입니다. 등산가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링반데룽, 즉 원형방황 혹은 환상방황(環狀彷徨)입니다. 계속 한자리를 맴돌다가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