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을 맞았습니다. 봄꽃이 폈습니다. 사람들은 밝고 화려한 색상과 가벼운 옷차림으로 봄놀이를 갑니다. 한결 밝은 사람들의 표정은 겨우내 무거웠던 짐을 다 벗어버린 듯합니다. 이런 4월의 별명은 ‘잔인한 4월’입니다. 흔히 4월에 일어난 처참한 역사적인 사건을 먼저 떠올리지만 그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 아닙니다. 20세기 최고의 시인이라는 TS 엘리엇이 1922년 발표한 ‘황무지’라는 시에서 그렇게 표현했기 때문이지요. 1914년부터 5년간의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상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3500만명이 죽고 온 유럽이 폐허가 됐습니다. 기술문명이 가져온 참담한 결과에 인류는 망연자실했습니다. 현실뿐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도 시인의 표현대로 황무지가 됐습니다. 그런 죽은 땅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라일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