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가 다 된 할아버지가 삶의 의욕을 잃고 홀로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서울에서 아들이 하나밖에 없는 손자를 데리고 내려왔다. 방안에 들어서지도 않고, “아버지, 손자 며칠만 데리고 계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그냥 떠나갔다. 그날부터 할아버지는 손자를 위해 하루 세끼 밥을 짓고, 반찬을 하고 땔감을 모아 불을 지피고, 씨를 뿌리고, 채소를 가꾸고, 장을 담그고, 집수리까지 했다.
어디서 힘이 났는지 할아버지도 모른다. 이젠 손자를 위해 돈도 필요했다. 열심히 농작물을 가꾸어 시장에 내다 팔기도 했다. 그래야 손자의 학비를 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역할이 바뀌고부터 젊어진 기분이다. 시간은 번개처럼 흘렀다. 하루하루가 바쁘게 지나갔다. 어언 삼년이 흘렀다. 어느 날 서울의 아들이 다시 왔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두툼한 봉투를 내어 놓았다. 그날 밤, 아들은 자초지종을 이야기해 드리고 다음날 새벽, 손자와 함께 서울로 떠났다.
그날부터 할아버지는 삶의 의욕을 잃었다. 끼니도 거르는 채 마냥 방에 누워만 있었다. 2주일이 지난 후 할아버지는 영면(永眠)하고 말았다. 사랑할 사람이 떠나자 삶의 의욕을 상실한 것이다. 사람들이 생각한다. 사랑받지 못해 소외되어서 자살을 한다고 말이다. 아니다. 사랑할 사람이 없으면 죽고 싶다. 사랑할 사람만 있으면 죽을 이유가 없다. 사랑해야 하니까! 십자가만 있으면 삶의 의욕이 생겨난다. 사랑할 사람이 많아 죽었다가도 살아나신 예수님이 아니시던가.
윤대영 목사<부천 처음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