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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대왕이 있었다. 그는 젊은 날 그리스와 페르시아 그리고 중동, 이집트, 인더스 강까지 광활한 영토를 10년 사이에 제패한 유능한 인물이다. 만약 그가 33세 나이로 병사하지 않았다면 유럽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젊은 날, 천하를 얻었던 그가 당대의 현인 디오게네스를 만났다. 거지처럼 초라한 그를 향해 알렉산더 대왕은 무엇인가 선을 베풀고 싶어 말했다. “디오게네스, 그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내가 베풀기를 원하오.”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고요한 소리로 말했다. “아, 감사합니다. 자리를 좀 비켜주시지요. 그저 나에게 비치는 해를 가리지 않았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참으로 부족함이 없는 대답이다. 사람의 눈에는 거지처럼 보였지만 그가 누린 심령의 가난함은 이미 천국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죽을 때 자신의 관에 구멍을 내어 두 손을 내놓으며 빈손을 보여 주었다.
은행나무 노랗게 물들어 가을을 흔들어 대는 이때 우리는 무엇으로 그 몸짓에 답해야 할까? 심령이 가난한 자 되어 다른 이로 하여금 천국을 보게 함이 어떨지, 복음으로 아름답게 물듦이 어떨지, 생각을 멈추게 하는 가을이다.
설동욱 목사 (서울 예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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