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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훈 목사(안산제일교회) 5

제주 가신 오빠 - 고훈 목사(안산제일교회)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일제강점기 큰오빠가 봄에 독립운동을 위해 떠나며 누이동생에게 비단구두 사온다 약속했으나 가을이 되도록 오지 않는 오빠를 기다리며 쓴 당시 12세 최순애 학생의 동시다. 필자의 교회에 출석하던 안산 단원고 2학년 승환이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제주로 수학여행을 떠날 때 아홉 살 여동생에게 “할머니 말 잘 듣고 공부 잘하고 있어”라고 당부하며 선물 사온다 약속했다. 그런데 오빠는 잠자는 몸으로 돌아왔다. 새벽 6시에 교회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이른 새벽에 자고 있던 누이동생이 오빠 출관예배 찬송소리를 듣고 깨어나 달려 나왔다. 오빠 관을 붙잡고 “오빠 오빠 나 놔두고 가면 안 ..

열 남매의 부모 - 고훈 목사(안산제일교회)

열 남매를 둔 가난한 부모가 있었다. 자식 없는 부자가 아이 한 명을 입양해 잘 기르겠다고 간청했다. 잘 먹이고 입히고 공부도 가르치겠다고 약속했다. 가난한 부모는 잠든 열 남매의 얼굴을 보았다. 장남은 맏이라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차남은 아버지와 똑같이 닮아서 남편이 반대했다. 셋째는 어머니를 닮은 딸이라고 아내가 반대했다. 넷째는 공부를 잘하는 지혜로운 아이여서, 다섯째는 공부를 못해 남의 집에 보내면 멸시 받을까봐, 여섯째는 제일 잘생긴 아들이란 이유로, 일곱째는 못난이란 이유로 양부모에게 미움을 받을까봐 안 된다고 했다. 건강한 여덟째는 가사를 잘 돕는 아이라 줄 수 없었고, 아홉째는 장애인이라 부모의 절대적인 손길이 필요했다. 그러면 막내는 어떠한가. 부부는 귀여운 막내라 절대 줄 수 ..

어머니의 전도 - 고훈 목사(안산제일교회)

박 집사가 큰아들 결혼주례를 부탁했다. ‘목사님 주례로 교회에서 결혼하면 믿지 않는 며느리와 아들을 전도할 수 있겠지’라는 소망에서다. “목사님 평생 남편과 5남매를 위해 기도했는데 왜 나는 한 식구도 구원하지 못할까요.” “집사님 너무 걱정 마세요. 나도 전도하겠습니다.” 결혼식은 토요일 11시. 그러나 아침 7시 박 집사는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했다. 울음바다였다. 결혼식은 11시인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죽은 자들은 죽은 자들로 장사 지내고 산 자 너는 복음 전하라”(눅 9:60)는 말씀을 주셨다. 가족 중 한 사람만 시신을 지키라 하고 결혼식을 올렸다. 식이 끝나자마자 신랑신부를 불렀다. “신부는 놀라지 말고 잘 들으세요. 시어머니는 오늘 새벽 사망하셨어요. 이제 예복을 벗고 상복을 입고 시어머..

피겨 여왕의 의자 - 고훈 목사(안산제일교회)

김연아는 7세에 스케이트를 신고 17년 동안 빙상 위에서 피와 땀, 눈물을 흘리며 피겨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24세에 스포츠를 통해 코리아 브랜드를 세계에 알린 자랑스러운 대한의 딸이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치르고도 사심과 편견을 가진 심판들로 인해 러시아 선수에게 금메달을 빼앗겼지만 국내는 말할 것 없고 외신보도 역시 잘못된 판정임을 연일 지적했다. 그럼에도 김연아는 억울함과 섭섭함을 삼키며 여왕으로서 위대한 말을 남겼다. 국민의 성원에 대한 감사와 나보다 더 금메달을 절실히 원하는 사람에게 돌아갔다는 상대에 대한 존중, 끝났으니 끝이라고 했다. 심판의 편파 판정을 받아들이는 선수의 겸손이다. 주치의가 찍어놓은 김연아의 발등은 부상으로 인해 1.5㎝ 금이 가 있었다. 눈시울..

박승희 선수 뒤에 누군가 있었다 - 고훈 목사(안산제일교회)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500m 결승에서 박승희 선수는 일등으로 리드하다 영국 선수의 실수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박 선수는 두 번이나 넘어지고도 완주해 골인했다. 모두가 감동한 순간이었다. 심판 전원은 꼴찌인 박 선수에게 동메달을 줬다. 중계 아나운서는 금메달보다 더 값진 동메달이라고 격찬했다. 여기서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영국 선수는 일등하려는 자기 목표가 과했다. 욕심은 실수가 되어 자신도 넘어지고 일등하던 선수도 넘어뜨림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안겨줬다. 둘째, 그럼에도 박 선수는 불운을 딛고 다시 일어서서 목표를 향해 달렸다. 소치의 마이웨이다. 의인은 넘어지지 않는 자가 아니라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째 일어나는 자다(잠 24:16). 22살의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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