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목회할 때입니다. 온종일 방치되는 동네 어린이들을 위해 놀이방을 시작했습니다. 부모가 일하러 나갈 때 아이들을 맡기고, 일을 마치고 돌아갈 때 데려가는 방식으로 운영했습니다. 그때 닭 몇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 점심 반찬으로 달걀을 주기 위해 길렀지만, 뜻밖에 생명의 신비를 느낀 계기가 됐습니다. 암탉 한 마리가 알을 품었는데 하필 막 장마가 시작될 무렵이었습니다.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 3주 동안 둥지에 틀어박혀 시간을 보낸 암탉은 털이 거의 다 빠질 만큼 기진했죠. 저러다 죽는 게 아닌가 싶던 어느 날, 솜털 같은 병아리들이 깨어났습니다. 아이들도 그 광경을 보며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때 경험이 소중하게 남아 있습니다. 생명의 변화는 시간이 지나가면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