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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권사님 장례식에 다녀왔습니다. 권사님은 오래 병석에 계셨습니다. 가끔 병문안을 가면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목사님, 저는 빨리 천국에 가고 싶습니다. 살만큼 살았고 힘도 없어 할 수 있는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주님이 빨리 데려가시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권사님, 성도는 사명 따라 사는 존재지요. 사명이 남아 있으면 천국에 가고 싶어도 기다리셔야 합니다. 권사님은 자녀들, 손주들 생각하며 기도하시지요? 아직 권사님의 기도가 더 필요한 모양입니다.” “그런가 봐요. 기도할게요.”
장례식이 끝난 뒤 들은 이야기입니다. 권사님의 아들은 사업하다 실패하고 배신까지 당했답니다. 병이 오고, 가정이 무너지는 아픔을 연이어 겪었습니다. 아픔과 원망의 세월을 보내던 중 어쩔 수 없이 어머니 병수발을 들게 됐습니다. 병석에서 늘 감사의 고백을 하고 기도하시는 어머니 모습을 봤답니다. 환갑이 된 아들은 어머니와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불신자였던 아들의 마음이 열리고, 마음의 짐들을 내려놓게 됐다고 합니다. 어쩌면 오래 병석에 계셨던 것이 그 아들을 위한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은 아니었을까요. 인생의 짐이 가끔 인생의 의미까지 지워버리려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 의미 있는 존재로 지음 받았습니다. 어떤 때에는 우리 자신도 잘 모르는 의미와 가치를 가진 채로 말이지요.
강신욱 목사(남서울평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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