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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성탄절 추억은 성탄전야 축하발표회와 밤샘 놀이 그리고 새벽송으로 정리된다. 그러고는 노곤한 몸으로 성탄감사예배에 참석한 후 오후 내내 곯아떨어지곤 했다. 그 밤샘 놀이에 단골 메뉴는 선물교환이었다. 벌칙을 쓴 쪽지를 넣어서 번호를 매긴 선물을 가져가는 사람을 곤혹스럽게 했던 기억은 지금도 웃음 짓게 한다. 줘서 뿌듯하고 받아서 기분 좋았다.
수십년 만에 내린 12월의 폭설로 얼어붙은 길바닥만큼이나 이런저런 삶의 추위가 느껴지는 겨울이다. 매년 연말에 함께 모였던 70여명 전체 교직원 가족식사를 올해는 나눠서 해볼 생각이다. 교역자와 행정직원들, 방과후교실과 학원 교사까지 세 그룹으로 나누면 좀 더 가까운 밥상 대화로 마음이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라는 기대 때문이다. 가까이 앉는 것에 부담이나 거부감을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미운 정’이 ‘없는 정’보다 나을 것 같다.
참 누가 나에게 “어떤 따뜻한 성탄 선물을 원하느냐?”고 묻는다면 ‘자주색 목도리’를 말하고 싶다. 자주색은 내가 좋아하는 색이고, 목도리는 가까이 얼굴을 마주하고 손을 내밀어 목을 감싸주는 그 친근함이 좋기 때문이다. 따뜻함이 뭔가. 가까이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목도리 하나가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따뜻한 성탄 선물이 될 수 있다.
장봉생 목사(서대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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