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기도하며/겨자씨

[겨자씨] 비가 첫눈으로 바뀌는 길에서

축복의통로 2012. 12. 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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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어둠을 밝히는 불꽃처럼 내려옵니다. 저녁부터 내리던 비가 첫눈이 되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헤드랜턴을 켜고 떠나는 숲으로의 첫눈 여행입니다. 비가 내리는 것 같아 우산을 들고 나왔지만 우산이 우산(憂産·근심을 만들어냄)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스틱처럼 의지할 수 있기에 이 밤에 들어가는 숲길에도 외롭지 않습니다. 

가만히 보니 저녁부터 내린 비가 고여 있는 곳에는 눈이 쌓이지 않습니다. 빗물을 다 흘려보낸 곳에만 눈이 쌓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아! 인생도 마찬가진가 봅니다. 가진 것을 자꾸만 내어주고 나눠주고 그냥 흘려보내주는 영혼에는 하늘이 늘 새로운 것으로 쌓아주나 봅니다. 

눈이 내리는 밤에는 숲에서 보내는 시간도 좋지만 하늘이 맞닿은 언덕이 더 좋습니다. 바람이 있는 언덕이지만 눈이 내리는 밤에는 바람도 눈을 덮고 자고 있겠지요. 헤드랜턴을 끄고 눈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눈이 내리는 밤은 온 세상이 하나가 되어 갑니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눈 내리는 숲 언덕에 있는 동안 눈이 발자국을 다 덮어버려 흔적이 없습니다. 다시 새로운 길을 만들며 돌아가야 합니다. 인생도 이렇게 하늘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하늘은 눈 내리는 밤처럼 모든 것을 덮고 씻고 새롭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배성식 목사(수지 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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