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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회사에서 돌아오자마자 TV를 켜네요!
성경으로 키우는 엄마 | 최에스더
아빠의 TV시청
많은 엄마들이 아빠들의 TV 사랑 때문에 아이들까지 버릇을 들일 수 없다고들 합니다. 아빠가 집에만 들어오면 옷을 벗기도 전에 자동적으로 TV를 켜고 아이들 이야기에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TV 보면서 좀 누워 있다가 TV 보면서 밥을 먹습니다. 먹고 나서는 잘 때까지 본격적으로 TV를 끼고 누워 있는 걸 보면 아무리 마음씨 고운 부인이라도 참기 힘들지요.
아이들에게 시청을 절제시키느라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하는지 전혀 관심 없다는 듯 화면을 들여다보고 웃고 있는 남편을 보면 울화통이 터질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믿는 아내들이 얼마나 착한지 남편 혼자 보라고 하고 자기는 다른 방에서 아이들과 암송예배를 드립니다. 그리고 혼자 책을 읽다가 ‘우리 부부가 이렇게 살면 안 되지, 그래도 아이들 아빠고, 내 남편인데 우리가 하나가 되어야지’ 싶어서 끓었던 속과 읽던 책을 내려놓고 남편 옆으로 가서 앉습니다.
같이 보면서 얘기도 하고 같이 웃고 싶어서지요. 그러나 5분도 못 가서 부부싸움의 조짐이 보이는데, 그 이유는 남편들이란 사람들이 채널을 계속해서 돌리기 때문에 도무지 아내들이 그 장단에 따라갈 수가 없어서 또 다시 열을 받습니다. ‘저게 뭐가 재밌나?’ 싶지만 꾹 참고 보다가 겨우 파악이 좀 되려고 하면 채널을 돌려버리고, 저 경기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 좀 따라가려고 하면 또 돌립니다.
이렇게 몇 번만 따라가다 보면 “이 인간이, 정말!” 하는 소리가 곧 입에서 나오려고 하지요. 성질이 나서 “잘 거니까 불 끄라”라고 하면 “어, 그래, 그래” 하면서 불은 끕니다만, 계속해서 채널을 바꾸는 남편의 리모콘 놀이에 온 벽이 껌뻑거려서 도저히 잘 수가 없지요.
제 생각에 여자와 남자는 TV를 보는 목적이 다른 것 같습니다. 여자는 스토리에 빠져 같이 울고 웃으며 감정이입을 하고 개운해하지만, 남자는 현실을 잊고 싶어서, 자기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과 그에 따른 복잡한 문제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어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를 보다가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그 다음 대사가 궁금해지는, 그러니까 아내가 주인공이 되어 제대로 감정이입을 하려는 그 순간, 남편은 채널을 돌리는 거죠.
왜냐면 지금 내 사정도 복잡한데 남의 사정에 깊이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다가 갑자기 야구중계나 유럽 프리미어 축구로 튀어버리는 겁니다. 여자는 도저히 이 상황을 참을 수 없지요. 이 엄청나고도 충격적인 남녀의 차이를 빨리 받아들이고 집집마다 부부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시고 기도하셔서 각자의 해결책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우리 부부의 이야기도 중간중간 끼어 있습니다. 만날 책만 읽는 조선시대 선비 집안의 도령인 줄 알고 결혼했더니 말도 안 되는 개그와 지구를 구원하겠다고 나선 알통들이 나오는 영화와 온갖 종류의 스포츠 중계에 열광하는 전형적인 대한민국 남자가 우리 아이들 아빠입니다. 다큐멘터리와 사랑과 운명의 대서사시 ‘로맨틱 코미디’, 그리고 음악회 실황중계에 넋을 잃는 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죠.
이런 남편과 17년간 살면서 그의 이해할 수 없는 영상 선택을 이해하려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다 ‘뭔가를 보면서’ 마치 초원의 높다란 바위에 ‘홀로 조용히’ 무심한 얼굴로 뭔가를 생각하는지, 응시하는지 ‘알 수 없는 눈’으로 ‘오래도록’ 앉아 있는 한 마리 수사자처럼,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머릿속을 비워내는 작업이 남편에게는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남편만의 시간을 줍니다. 아이들을 위해 TV를 없애야 한다는 결론은 같이 내린 것이므로, 남편은 혼자만의 방법으로 알아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결정이 내려지신다면 남편을 위해서 TV는 안방으로 들여놓으시지요.
물론 아이들을 위해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집 안에서 함께해야 하고, 보여줘야 하고, 절제해줘야 하는 것에 대한 합의와 실천이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한마음으로 모아지고 난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왜 아빠는 보시냐고 묻는다면 어른이라서 그렇다고 대답하십시오. 어릴 때는 못하는 것이 많은 것이 당연합니다.
“억울하면 아빠처럼 멋진 남자가 얼른 되든가!” 이게 제 대답입니다.
출처 : 성경으로 키우는 엄마 | 규장
최에스더
‘성경 먹이는 엄마’라는 첫 책의 제목이 자신의 이름 앞에 줄기차게 따라다니는 것이 여전히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것은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말씀암송으로 이 험한 세상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당당히 살아가길 원하는 그녀의 간절한 마음이 수많은 엄마들에게 전달되어 큰 감동과 깨우침을 낳게 한 귀한 열매이기도 하다. 남편 강신욱 목사(남서울평촌교회 담임)와 2남 2녀(진석, 은석, 진수, 은수)를 키우며, 현재 303비전성경암송학교 강사로 섬기고 있다. 저서에 《성경 먹이는 엄마》, 《성경으로 아들 키우기》, 《엄마의 선물, 기독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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