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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비 되어 내립니다. 겨울로 떠나가는 마음이 미안했던지 조용히 내립니다.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안타까움이 소리 없이 비를 타고 전해옵니다. 숲은 가을과 비와 하늘로 하나 되어 갑니다. 빗방울 맺혀가는 손바닥에 시린 마음이 번지며 떠나야 하는 이와 보내야 하는 이가 함께 화해를 청합니다.
가을이 익어가는 내음이 빗방울 떨어진 낙엽 사이에서 피어납니다. 봄에 숲은 나뭇가지 사이에서 피어나지만 가을은 나뭇가지에 내린 빗방울로 피어납니다. 가을비 맞은 영혼도 함께 익어가고 싶어 심호흡합니다.
아! 모든 것을 내려놓은 앙상한 나뭇가지마다 가을비에 젖어 빛나고 있습니다. 하늘이 비 되어 내리는 날에는 바람 따라 떠나간 나뭇잎의 빈자리를 가을비가 채워줍니다. 여름날 가려졌던 모든 것을 다 벗어버리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늦은 가을 숲은 하늘이 비 되어 말갛게 씻겨주어 또 다른 소망으로 은은히 빛나고 있습니다.
숲으로 내리는 빗소리는 계절마다 다릅니다. 봄여름에는 무성한 나뭇잎에 먼저 떨어져 빗소리가 머리위에서 들립니다. 하지만 가을이 비 되어 내리는 날의 빗소리는 떨어진 낙엽에 부딪혀 발아래서 들립니다.
아! 그래서 가을이 비 되어 내리는 날에 하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낮은 곳에 귀를 기울여야 하나 봅니다. 낮은 곳에서 하늘 소리를 들으려 할 때 가을비는 낮은 곳에 머무는 시린 영혼을 위한 하늘기도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배성식 목사(수지 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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