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x250
폴리캅(Polycap·69∼155)의 순교 이야기다.
대안식일(The Great Sabbath) 오후 2시쯤 한 백발의 노인이 화형대 위에서 하늘을 우러러 기도하고 있었다. “오늘 이 순간 나를 귀하게 여기셔서 수많은 순교자들의 반열에 세우시고, 영혼과 육체가 영원한 생명으로 부활하도록 그리스도의 잔에 참여하게 하시니 당신 앞에 기름지고 살진 번제가 되게 하옵소서. … 아멘.”(유세비우스의 ‘교회사’)
안토니우스 피우스 황제 시대 서머나에서는 10여일간 기독교인들에 대한 참혹한 박해가 있었다. 굶주린 사자들이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던 원형 경기장에는 게르마니쿠스를 비롯한 수많은 신자들의 팔다리, 창자와 오장육부가 여기저기 쓰레기처럼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고, 대지는 축축하게 피에 젖은 채 피비린내를 풍기고 있었다.
폴리캅은 체포될 때 너무도 의연하고 거룩한 모습으로 병사들에게 식탁을 베풀어주고, 식사가 끝날 때까지 평생 섬겼던 하나님께 조용히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총독은 폴리캅에게 이제 고령이지 않느냐, 그리스도를 부인하고 로마 황제를 경배하라고 설득했다.
폴리캅은 그러나 “86년간 그분을 섬겼으나 나에게 한 번도 고통을 준 적이 없는 나의 왕을 어찌 모독할 수 있단 말이냐”고 대답하고 꿈에도 그리던 영원한 나라로 당당하게 걸어갔다.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가 이 땅을 짓누르고 있다. 기독교인의 신앙은 죽음을 넘는다.
김진홍 목사(우이감리교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