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영감하고 굴다리 밑을 가는데 앞에 두 내오가 손잡고 가는 게 어찌 좋아 보이던가 나도 영감 손을 잡았지라. 그랬더니 굴다리에 나를 댑다 댕겨버립디다. 그리곤 앞에 핑하고 가버렸지라. 안 하면 좋게 안 한다 하지 뭐 저라고 갈까. 이제는 없는 영감 아직도 그때 그 속을 모르겠소.” 전남 장흥군에 사는 할머니 여섯 분이 늦깎이로 한글을 배우고 자신들의 인생을 시로 표현한 책 ‘할매들은 시방’ 중 한 구절입니다. 할머니들의 나이를 합치면 500세. 할머니들의 비뚤비뚤한 글씨와 비틀거리는 맞춤법을 보면, 잡초처럼 세월을 견디신 할머니들의 모습 같습니다. 잡초가 강한 것은 바람이 불 때마다 몸을 숙이고 뿌리를 깊게 하기 때문입니다. 잡초는 비나 눈, 바람으로부터 토양과 양분의 유실을 막아주고 다른 식물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