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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새벽안개 속에 깊어갑니다. 포근한 솜이불을 이마까지 덮어쓰고 누워있는 아이처럼 가을아침은 새벽안개 속에 잠들어 있습니다. 안개가 숲이 되고 숲이 안개가 되어 길을 잃어버린 시간, 마음의 안개를 걷어내며 숲으로 나를 찾아 갑니다. 하늘은 아직 숲을 찾지 않았지만 하늘마음을 품고 걷기에 저 멀리 하늘이 찾아오는 소리가 마음으로 전해옵니다.
가을안개 자욱한 숲을 밝히는 것은 작은 새들의 노랫소리입니다. 하늘은 안개에 묻혀 잠들어 있는 세상을 깨우려고 먼저 새들의 노랫소리로 내려왔나 봅니다. 안개가 깊은 날,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은 앞이 보이지 않는 숲길에 하늘이 빛으로 찾아온다는 약속이 되어 숲으로 퍼져나갑니다.
가을, 새벽안개에 숲은 길을 잃고 있습니다. 이슬에 젖은 낙엽 밟는 소리가 멈추는 순간, 마음에는 또 다른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아! 숲은 안개에 잠겨 길을 잃었고 낙엽은 가지에서 떨어져 바람을 따라갔지만 하늘은 여전히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가을새벽안개가 물러나자 눈부신 가을하늘이 펼쳐집니다. 온통 하늘 손길만이 빚을 수 있는 아름다움이 나뭇잎마다 가득 합니다. 인생도 가을안개처럼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걸음을 멈추고 하늘에 귀를 기울여야 하나 봅니다. 이미 마음에 머물고 있는 하늘은 가을 숲을 수놓는 빛보다 더한 아름다움으로 가야 할 길을 앞서 비추며 가고 있습니다.
배성식(수지 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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