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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도 뽑고 가을 당근도 뽑고 나면 밭농사가 끝납니다. 그때 마늘을 놓습니다. 이내 서리가 내리고 추위가 오지만 마늘은 한 해 농사를 마치며 놓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골을 만들고 깊지 않게 땅을 파낸 뒤 마늘 한 쪽씩 놓습니다. 싹이 나는 부분을 위로 가도록 놓고는 제 키의 세 배 정도 흙으로 덮습니다. 너무 얕게 덮으면 겨우내 땅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마늘이 위로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반대로 너무 깊으면 봄에 싹이 더디 나거나 수확할 때 뽑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렇게 심은 마늘은 찬바람 속에서 겨울을 납니다. 땅이 두껍게 얼어붙고 에일 듯 칼날 바람이 불고 수북하게 눈이 쌓여도 마늘은 언 땅에서 겨울을 납니다. 한 켜 겨를 덮거나 맨살 가리듯 겨우 한 겹 짚을 두른 채 긴긴 겨울을 납니다. 들깨를 털고 난 뒤 생기는 들깻잎 부스러기를 덮으면 호강이고요.
마늘이 매운맛을 내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언 땅에 묻혀 맨몸으로 견디며, 그렇게 견딘 추위를 매운맛으로 익혀내는 것입니다. 작은 한 쪽 마늘이 온통 추위 속에서도 제 몸에 주어진 생명을 잃지 않고 키워온 것, 그것이 매운맛으로 전해지는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이 단단해지는 것도 묵묵히 고난을 이겨내는 데 있습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18038&code=23111512&sid1=fai&sid2=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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