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한 마리 벌레처럼 비무장지대(DMZ)를 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강원도 고성,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는 명파초등학교에서 출발해 경기도 파주 임진각까지 370㎞를 열하루 동안 홀로 걸었습니다. 기도실에서 기도하는 것과 분단의 땅을 직접 밟으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아주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비로소 내 발이 내 땅에 닿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억나는 일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자전거 길과 지뢰 경고문이었습니다.
DMZ 인접 마을을 걷다 보니 흔하게 보이는 게 철조망이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겹겹의 철조망은 여전히 남아있는 남과 북의 상처와 불신의 상징이었습니다. 철조망에는 붉은색 바탕의 역삼각형에 ‘지뢰’라고 쓰인 경고문이 일정한 간격으로 붙어 있었습니다. 지뢰가 묻힌 곳이니 출입을 금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 바로 옆 도로 곳곳에는 자전거가 그려져 있더군요. 자전거 전용 도로였습니다. 이를 알리는 안내 표시는 파란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습니다. 파란색 안내와 붉은색 경고가 아픈 대비로 다가왔습니다. 철조망을 녹여 자전거를 만들고, 남과 북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내 나라 구석구석을 마음껏 달릴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2020년에도 변함없이 기도합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16849&code=23111512&sid1=fai&sid2=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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