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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관련된 우리말이 제법 많습니다. 안개비보다는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인 ‘는개’, 채찍처럼 쏟아지는 ‘채찍비’, 빗방울의 발이 보이도록 굵게 내리는 ‘발비’, 좍좍 내리다가 금세 그치는 ‘웃비’, 한쪽으로 해가 나면서 내리는 ‘여우비’, 겨우 먼지나 날리지 않을 정도로 내리는 ‘먼지잼’도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냄새를 ‘석 달 가뭄 끝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흙먼지를 적실 때 나는 냄새’라 했던 어른들은 가뭄 끝에 내리는 비가 너무 고마워 ‘단비’ ‘약비’ ‘복비’라 불렀습니다.
‘비그이’라는 말은 비가 올 때 잠깐 피해 멎기를 기다리는 일입니다. ‘비갈망’은 장마철을 앞두고 피해를 보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을 이르며 비슷한 말로 ‘비설거지’가 있습니다. 천둥 번개가 치며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징조를 보이면 얼른 장독대를 덮든지 널어놓은 곡식을 집 안으로 들이든지 하는데 바로 그것이 비갈망과 비설거지입니다.
비가 오기 시작할 때 성글게 떨어지는 빗방울을 두고는 ‘비꽃이 듣는다’ ‘비꽃이 피기 시작한다’ 했습니다. 후드득후드득 비꽃이 듣기 시작하면 서둘러 비설거지를 끝내고 조용히 말씀을 펼치는 즐거움을 누린다면 장마가 아주 싫지는 않을 듯합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86521&code=23111512&sid1=fai&sid2=0002
비꽃과 비설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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