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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치고 물 욕심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물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으니까요. 오죽하면 비가 ‘오신다’고 말하겠습니까. 물 도둑질은 세상이 다 아는 도둑질이라 했습니다. 착한 사람들이어서 다른 도둑질은 몰라도 물은 달랐습니다. 살갑게 살던 이웃끼리도 물을 두고는 목소리가 격해집니다.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보다 좋은 게 없다는 말도 괜히 나온 게 아니고요. 써레질한 물은 형제간에도 안 나눈다고 했으니 농사꾼에게 물은 더없이 중요합니다.
농촌에서 목회할 때 마을 사람들의 수고를 배울 겸 다락논 서너 마지기에 벼농사를 지은 적이 있습니다. 어깨너머로 배우고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농사 흉내를 낸 것이었는데, 농사의 소중함과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농사는 결코 쉽지 않았는데, 그중 어려운 것이 물이었습니다. 논에 물을 얼마큼 가둬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마을의 젊은 농사꾼에게 물었더니 대답이 단순했습니다. “농사꾼은 꿈속에서도 물이 마르면 안 돼요.”
꿈속에서도 물이 마르면 안 되는 삶, 그것이 농사꾼이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이라 해도 꿈속에서도 마르면 안 되는 것을 지켜갈 수만 있다면, 그윽하지 않은 삶이 세상에 따로 없겠다 싶습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79223&code=23111512&sid1=fai&sid2=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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