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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집회를 마친 뒤 부헨발트를 찾았습니다. 나치의 강제수용소가 있던 곳으로 혹독한 노동과 기아, 처형 등으로 6만5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곳입니다. 수용소는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듯 깊은 숲속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밧줄에 묶인 채 끌려간 진입로는 자동차로도 한참이나 걸렸는데 이름이 ‘피의 거리’였습니다.
수용소 규모는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무엇보다 남아있는 전시물이 숨을 막히게 했습니다. 수많은 기록과 사진, 당시 유대인들이 신었던 신발과 안경들이 전시돼 있었고 그중엔 두세 살 아이가 신었겠다 싶은 작은 운동화 한 켤레도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많은 학생과 어른이 찾아와 독일이 저지른 만행을 돌아보며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은 아프고 부끄러운 역사를 숨기거나 가리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범한 만행을 꽁꽁 숨기는 대신 고통스러울 만큼 들춰내고 반성하는 것은,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하게 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눈물로 뿌린 말씀의 씨앗이 가슴속에 남아 거친 세상을 살면서도 늘 떠오를 수 있기를, 씨앗을 뿌리는 모든 손을 주님께서 축복해 주시기를 빕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78029&code=23111512&sid1=fai&sid2=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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