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길택 선생은 탄광마을에서 교사로 지내며 그곳의 아픔을 나직한 목소리에 담아냈습니다. 탄광마을의 특징 때문일까요, 그의 동시집 ‘탄광마을 아이들’에는 아버지에 대한 글이 많이 나옵니다.
“아버지의 왼손 네 손가락/ 엄지손가락만 빼고는/ 모두 잘라냈다// 그 손으로도/ 아버지는/ 나를 업어주셨고/ 내 팽이를 깎아주셨고/ 하루도 빠짐없이/ 탄광일을 나가신다// 오늘은/ 축구를 하다가 넘어져/ 오른쪽 얼굴을 깠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잘려나간/ 아버지의 손가락 생각을 하며/ 쓰린 걸 꾹 참았다// 이제 나는 울지 않는다” -‘이제 나는’
“아버지 사진만으로는/ 우리 집이/ 채워지질 않아요// 병으로 누워계실 때만 해도/ 아버지가/ 우리 집을 꽉 채우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어요// 그러나 지금/ 아버지 사진만으로는/ 우리 집이/ 채워지질 않아요// 다른 친구들은 모를/ 커다란 구멍이/ 우리 집에 있어요/ 식구들 가슴마다 있어요” -‘아버지 사진’
어디 탄광마을뿐일까요, 김현승 시인은 ‘아버지가 마시는 술잔에는 눈물이 반’이라 했습니다. 가족을 위해 버거운 짐을 짐이라 여기지 않고 묵묵히 살아오신 아버지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일은 마땅하다 싶습니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구멍이 남기 전에 말이지요.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76762&code=23111512&sid1=fai&sid2=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