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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는 꿈속에서도 물이 마르면 안 된다고 합니다. 농부의 가장 큰 즐거움은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가문 논에 물 들어가는 것이라고도 하고요. 모를 심을 때가 됐는데도 비가 오지 않으면 농부의 속은 시뻘겋게 타들어 갑니다. 거북이 등짝보다 더 심하게 갈라지고요. 자식 죽는 건 봐도 곡식 죽는 건 못 보는 게 농부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더운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긴 가뭄으로 모를 심을 때가 돼도 논에 물이 없으면, 농부는 두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마른 논을 갈았습니다. 먼지가 풀풀 나도록 마른 논을 갈고 또 갈면 마침내 논은 먼지처럼 고운 가루가 됩니다. 그러다 천둥소리가 나며 비가 쏟아져 내리면, 온 식구가 달려가 뒤늦은 모를 심었습니다. 천둥소리가 나야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을 천둥지기라 했습니다. 먼지처럼 곱게 갈린 논에 비가 오면 논은 이내 곤죽이 되는데, 그러면 뒤늦게 논을 갈고 삶고 할 것도 없이 모를 꽂아나가기만 하면 됐습니다. 뙤약볕 아래 마른 논을 갈고 또 갈았던 것을 더운갈이라 불렀던 것입니다.
이 시대를 믿음의 눈으로 보자면 긴 가뭄을 겪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교회가 외면당하는 현실, 그럴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른 논을 갈고 또 가는 더운갈이입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74401&code=23111512&sid1=fai&sid2=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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