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 돌았습니다. 매일 정확하게 한 바퀴씩 돌았습니다. 입술을 굳게 다물고 정성을 다해 돌았습니다. 결연한 다짐도 반복했습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됐습니다. 옛이야기처럼 일곱 바퀴를 돌았습니다. 온갖 정성을 들인 뒤 마침내 성을 향해 큰 함성을 질렀습니다. “무너져라. 무너질지라. 반드시 무너질지어다.” 그런데 안 무너집니다. 성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나의 욕심으로 돌고 있는 ‘성’이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봤습니다. 나의 생각과 의지, 정성과 열심. 그 무엇이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을까요. 말씀을 묵상하듯 경건한 마음으로 발자국들을 점검해 봅니다. 그리고 심령을 울리는 깨달음과 대면합니다. “그가 큰 함성을 지르라 하신 적이 없다. 일곱 바퀴를 돌라 명하신 적이 없다. 매일매일 돌라 말씀하신 적이 없다. 저 성을 주리라 약속하신 적이 없다.” 내가 돌던 성은 여리고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돌아본들 무너질까요. 크게 소리질러본들, 정성들여 100일을 돌아본들 무너지겠습니까. 어림없습니다. 괜히 기운 빼지 않아도 됩니다. 그곳은 가짜 여리고이니까요. 우리 맘대로 주님 마음을 바꾸려 하지 말고, 주님 마음에 우리 맘을 내려놓으면 어떨까요. 그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안성국 목사(익산 평안교회)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28356&code=23111512&sid1=fai&sid2=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