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 “배경이란 뭐죠.” “내가 지금 여기서 너를 감싸고 있는 것, 나는 여기 있음으로 해서 너의 배경이 되는 거야.” 안도현의 ‘연어’(문학동네) 66∼67쪽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장미가 홀로 있을 땐 가시가 두드러져 보입니다. 그러나 안개꽃에 둘러싸인 장미는 축하의 꽃다발이 됩니다. 장미뿐만이 아닙니다. 코스모스가 홀로 꽃병에 꽂혀 있다면 가련하기 그지없습니다. 코스모스는 그의 친구들인 푸른 하늘과 흰 구름, 그리고 들판과 산들바람이라는 배경이 있을 때, 꽃말대로 조화로운 우주가 됩니다. 억새와 갈대, 과꽃 등 가을 들판의 꽃과 풀들은 가을 하늘과 바람 친구에게 제 몸을 맡긴 채 마음껏 흔들립니다.
배경과 조연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교훈입니다. 수려하고 몸집이 커야 배경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누구나 우리 아닌 것의 배경이 될 수 있습니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의 배경이 돼주고 들러리가 돼주는 기쁨으로 충만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요한을 가리켜 여인이 낳은 자 중에 가장 큰 자라고 하셨습니다.
이웃을 빛내는 배경이 되는 기쁨, 조연과 배경이 되면서도 넘치는 기쁨. 그리스도인들이 경험하는 역설적인 하늘의 기쁨입니다. “신부를 취하는 자는 신랑이나 서서 신랑의 음성을 듣는 친구가 크게 기뻐하나니 나는 이러한 기쁨으로 충만하였노라.”(요 3:29)
한재욱 목사(서울 강남비전교회)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15232&code=23111512&sid1=fai&sid2=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