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업을 가진 나의 마음에는 ‘대범이’와 ‘소심이’가 더불어 삽니다.
소심이가 기도합니다. ‘하나님, 오늘도 삼시 세끼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평안한 날들 되게 해 주옵소서.’ 대범이가 소심이의 옆구리를 찌르며 기도합니다. ‘하나님, 12첩 반상은 아니더라도 늘 맛난 반찬은 주시기를 원하오며 남들 사는 만큼은 살게 해 주옵소서.’
소심이가 병원 심방을 갔습니다. 아픈 성도를 보니 맘이 짠합니다. ‘하나님, 저 집사님은 집안의 대들보입니다. 쾌유하게 해 주옵소서.’ 이렇게 상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대범이는 개업 심방에 왔습니다. ‘하나님, 이 사업 거듭 번창하게 하셔서 속히 코스닥에 상장하게 하시고 쌓을 곳이 없도록 부어 주옵소서.’ 풍선처럼 부푼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장례식에서 성도를 천국에 보낼 때 소심이는 눈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기도도 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아쉬워합니다. ‘하나님, 조금만 더 살게 하시지, 조금만 더 살려주시지’라고 하지만 대범이는 ‘천국 간 줄로 믿습니다’ 하며 밥도 잘 먹습니다.
새벽마다 교회 부흥을 위해 기도합니다. 대범이는 수백명, 수천명도 양에 안 차 세계적인 교회가 되게 해달라고 구합니다. 하지만 소심이는 잃은 양, 한 영혼의 회복을 위해 가슴을 찢습니다. 이 녀석들의 뒷담화나 하고 있으니 나는 소심이보다 더 소심한 목사인 듯합니다.
안성국 목사(익산 평안교회)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822241&code=23111512&sid1=fai&sid2=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