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도원 원장이 수도원 마당에 커다란 원을 그려놓고 수도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저는 지금 마을을 다녀오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돌아왔을 때, 원 안에 있으면 오늘 하루 종일 굶어야만 합니다. 원 밖에 있으면 당장 수도원을 떠나야 합니다. 혹시 선 위에 서 있으면 하루 종일 맞을 것입니다.”
수도자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수도원을 나갈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원 안에 들어가 하루 종일 굶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요. 또 하루 종일 맞는 것도 견디기 힘드니까요. 그러면서 이런 문제를 낸 원장을 원망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우리에게 밥을 주기 싫어서 그런 것이라며 불평불만을 쏟아냈습니다.
바로 그 순간, 한 수도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이 원을 과감하게 지웠습니다.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원이 없으니 원 안에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원 밖에 있는 것도 아닌 것이 된 것이지요. 원이 없어지니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 주님은 이 원의 문제를 해결하신 분입니다.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고, 법조문으로 된 계명의 율법을 폐하셨으니’(엡 2:14∼15) 우리를 온전히 자유하게 하신 분입니다.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죄의 원을 지우고, 인간세상의 낡은 굴레를 당신의 이름과 복음으로 새롭게 하셨습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고후 5:17)이 됩니다.
새로운 피조물이란 하나님의 나라를 사는 사람입니다. 들의 꽃처럼, 공중을 나는 새처럼 바람 따라 계절 따라 창조주의 은총을 만끽하며 사는 그리스도의 사람들입니다.
백영기 청주 쌍샘자연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