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기도하며/이해인시모음

가을에 밤(栗)을 받고 - 이해인 시

축복의통로 2016. 9. 16.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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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밤(栗)을 받고


'내년 가을이 제게 다시 올지 몰라

가을이 들어 있는 작은 열매

밤 한 상자 보내니 맛있게 드세요'


암으로 투병 중인

그대의 편지를 받고

마음이 아픕니다


밤을 깍으며

하얗게 들어나는

가을의 속살


얼마나 더 깍아야

고통은 마침내

기도가 되는걸까요?


모든 것을

마지막으로 여기며

최선을 다하는 그대의 겸손을

모든 사람을 마지막인 듯

정성껏 만나는 그 간절한 사랑을

눈물겨워하며 밤 한 톨 깍아

가을을 먹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그 웃음

아끼지 마시고

이 가을 언덕에

하얀 들국화로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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