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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1781∼1838)가 쓴 ‘그림자를 판 사나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가난한 슐레밀은 함부르크의 부잣집 파티에서 회색 옷을 입은 사내를 만납니다. 사내는 금화를 쏟아내는 마법 주머니와 슐레밀의 그림자를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가난에 싫증을 느낀 슐레밀이 얼떨결에 승낙하자 사내는 마법 주머니를 주고 그림자를 돌돌 말아 자루에 넣고는 사라졌습니다. 마법 주머니를 소유한 슐레밀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그림자가 없다고 사람들이 놀리고 심지어는 유령이라며 두려워했습니다. 슐레밀은 낮에 밖으로 나올 수 없었습니다. 고립된 채 살다 사랑하는 약혼자도 떠나보냅니다. 홀로 방황의 길을 떠나게 된 슐레밀이 마지막에 친구에게 말합니다. “사람들 틈에서 살려면 무엇보다 먼저 그림자를, 그 다음에 재물을 사랑해야 하네.”
주인공 슐레밀은 불행해진 다음에 그림자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하찮게 보이지만 귀한 게 있습니다. 그림자는 하찮아 보이지만 그게 없으면 인간이 아닙니다. 신앙도 그렇습니다. 필요한 때만 다가오고 아쉬울 때만 매달리지만 기실 신앙처럼 귀한 게 어디 있습니까. 신앙은 예비적인 관심사가 아니라 궁극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입니다.
정학진 포천 일동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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