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교회당에서 부교역자로 지내던 시절, 새벽기도회나 금요기도회를 마치고 교회 문을 잠그는 것이 중요한 임무였습니다. 어차피 마지막에 나가야 하니 그때까지 기도하는 훈련을 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여전히 기도하는 분이 있으면 다시 앉아 인기척이 사라질 때까지 기도했습니다. 아무도 없을 때까지 기도하고 일어설 때면 마지막까지 기도했다는 묘한 쾌감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금요기도회 때 기도할 것이 남아서 개인 기도를 위한 음악이 끝난 후에도 낮은 음성으로 계속 기도했습니다. 음악이 끝나면 성도들이 기도를 마치고 일어섭니다. 몇몇 분의 나지막한 기도소리가 들리다 곧 적막이 흘렀습니다. 다들 기도를 마쳤나 싶어 저도 일어서려는데 어둠 속 저편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누군지 봐뒀다 나중에 따로 기도제목을 묻기 위해 그분이 일어설 때까지 기도하며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제법 지났는데도 일어나려는 기미가 전혀 없었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오래 기도하는 기특한 사람이 누군가 보려고 다가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찬양팀이 악기 정리 후 세워놓은 기타 케이스였던 것입니다.
제가 기도가 부족하니 하나님께서 기타 케이스와 경쟁시켜서라도 더 기도하게 하신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이 능히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리라.”(마 3:9)
<강신욱 남서울평촌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