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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딸이 결혼 합니다
풍요롭게 살 줄 알았고 행복하게 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 앞에 놓인 세상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8살, 5살, 3살 -
딸 셋의 엄마인 저는 이사 갈 전세금을 마련하러
나간 남편이 곧 바로 돌아 올 줄 알았습니다
이사 올 날짜가 되자 살림을 바깥에 모두 내놓았고
내리는 비를 피해 비닐로 살림살이를 덮으며
돈 마련하러 나간 남편을 기다렸건만 ...
남편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십일이 지났고 가족해체 위기를 예감한 저는
울고 또 울다가 결국 잠시 동안만
아이들을 보육원에 맡기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서둘러
집 보증금을 마련해야 했고 무슨 일이든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아이들을 맡긴 보육원에서 허드렛일을
도와가며 함께 생활할 것을 제안해 온 것입니다
저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하지만 보육원에서의 생활은 녹록치만은 않았습니다
아이 셋만 기를 줄 알았지 수 십 명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기란 참으로 버거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십여 년이 지났습니다
다시 찾아온 전 남편이 사업을 하겠다며
돈 이천만 원을 해달라고 해서 반은 빌리고
반은 적금한 돈을 주었는데
그 돈을 가지고 또 다른 여자와 사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순탄한 삶은 아니었지만 결코 나쁜 마음은
먹지 않겠다 다짐하며 지금까지 살아 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가슴이 아파 찾아간 병원에서
악성종양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유방암 이었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느라 한 번도 내 옷을
사 입어 보지도 못하며 살아온 세월이 북받쳐 올라
병원을 나서며 계속 눈물만 흘렸습니다
속옷도 쓰레기를 버리는 한편에서 주워
남이 버린 것을 빨아서 입었는데...
짜장면이 그렇게 먹고 싶어도
짜장면 가게 앞을 왔다 갔다 하기만 할 뿐
한 번도 혼자 들어가 먹어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암으로 인해 또 험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제 삶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드디어 수술하는 날! 제 곁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혼자 수술실에 들어가야 했고 혼자 퇴원했습니다
그리고 일 년여에 걸친 항암치료는
정말 죽기만큼 힘들었습니다
화장실에서 머리를 빗기만 하면
한 움큼씩 빠지는 머리카락...
하지만 세월은 흘러 그렇게 빠지던
머리카락도 이제는 조금씩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지나온 이십 년의 세월!
드디어 제 첫째 딸이, 자랑하고픈 사위를 만났고
지난주에 결혼까지 했습니다
말 할 수도 없는 시간, 참아내야 하는 시간
이제 다 지나갔다 싶습니다
더 이상 아픔 없이 예쁘게 늙고 싶습니다
- 첫째 딸을 시집보내며 엄마가 -
아! 그녀의 치열한 삶에 박수를 보냅니다
부디 힘차게! 더 값지게 사시지요!
- 자식을 혼자 키우신 위대함! 박수를 보냅니다 -
민서진 - 봄의 세레나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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