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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목 시절, 최전방 연대 벙커에서 한 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의 죽음으로 온 부대가 침울해지고 군목이었던 나 역시 자괴감에 괴로웠습니다. 그때 신학교 동창이었던 여전도사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평생 한 번도 일어서 본 적 없는 장애인이었는데 신학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남이 가지 않는 시립병원 무료병동에서 무보수로 일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편지를 읽어 내려가다 한참을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오늘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병원문을 나섰습니다. 나는 휠체어에 앉아 지나던 택시를 세웠습니다. 첫 번째 택시가 서더니 내가 장애인인 것을 보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번거로웠겠지요. 두 번째 택시도 그냥 지나갔습니다. 세 대, 네 대…. 열 대 이상의 빈 택시가 지나갔고 나는 늦은 밤까지 길바닥에 버려진 채 있어야 했습니다. 나는 떠나가는 택시를 보며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저 택시를 운전하는 아저씨들을 위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깊은 밤에 장애인을 길바닥에 버려두고 가는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저분들이 상처받지 않게 어루만져 주세요.” 진짜 기도는 기도하는 사람 자신부터 변화시킵니다.
정학진 목사<포천 일동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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