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x250
몇 해 전 안산에서 볼링을 하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스윙을 하던 중 키 낮은 쇠모서리 천장에 부딪쳐 손가락이 으깨어진 것이지요. 시술을 받고 조각난 뼈들을 맞췄는데 그 뒤 계속 통증이 왔습니다. 잠자는 시간만 빼곤 하루 종일 손가락이 씀벅씀벅 아렸습니다. 이상하게도 길 가다 옆 사람과 부딪치면 꼭 상처 난 손가락이었고, 실수를 해도 상처 난 손가락이 문제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통증은 그대로 심장에 전해졌고, 역설적으로 아픔을 통해 손끝에 손가락이 붙어있다는 사실을 수시로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고 한경직 목사님을 한국교회의 성자라 말하는데 주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그토록 위대해진 이유는 어디 있을까요. 혹자는 오산학교 때 만난 스승들의 영향이라고 하며, 미국 유학 중 폐결핵으로 죽어가다 체험한 신앙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다릅니다. 1992년 종교의 노벨상이라는 템플턴상을 수상하고 기념축하예배를 드리던 날 한 목사님은 울면서 고백했습니다. “나는 죄인입니다. 나는 신사참배를 했던 사람입니다.” 그의 영혼을 맑게 행구고 깨어있게 만든 것은 내면 깊숙이 앙금처럼 가라 앉아있던 부끄러운 죄의식이 아니었을까요. “아픔이 때로 우리를 깨어있게 한다.” 고민하며 사는 성직자가 그리운 시절입니다.
정학진 목사<포천 일동감리교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