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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목사 때의 일입니다. 조울증이 심한 분이 교회에 등록했습니다. 가정심방을 위해 연락드리고 부인을 만났습니다. 목사라고 소개했더니 남편이 여러 교회를 다녔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환영하며 찾아오곤 하지만 곧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하니 그만 나오게 해주시면 좋겠다는 부탁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저는 먼저 상처 드려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교회마다 다양한 사정이 있지만 적어도 저는 그러지 않을 테니 안심하고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은 거의 매일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서 교회 사무실로 찾아오셨습니다. 1시간 정도 이야기를 하고 가시곤 했습니다. 같이 밥도 먹었습니다.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1년이 채 되지 않아 부인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멀리 이사를 가게 됐고, 그동안 약속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도 반가이 맞아주는 교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말씀드렸습니다.
지금 우리 교회에도 조울증 가진 분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니 제재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는 분들도 있습니다. 불편한 사정을 공감한 후에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저분과 24시간 함께 사는 가족도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한 가족이라고 하는데 일주일에 두세 시간 함께 지내며 조금 불편해지는 정도는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요?”
강신욱 목사(남서울평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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