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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읽으려고 펼친 신문이 이미 너덜너덜해진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친 선친께서 조간신문을 먼저 읽고 가위로 기사를 잘라 스크랩하신 것입니다. 초등학생이 방학숙제라도 하듯 정성스럽게 신문을 오리시던 그 모습이 아직도 제 눈에 선합니다.
선친의 손때 묻은 책을 뒤적이다 누렇게 바랜 신문 조각이 곱게 끼워져 있는 걸 보았습니다. 바로 국민일보 ‘겨자씨’였습니다. 선친에게 ‘겨자씨’는 짧지만 긴 생각의 여운을 남기고 신앙적 도전을 던져주는 귀한 글이었습니다. 과연 제가 그런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염려가 듭니다. 이어 천국에 계신 선친께서 기뻐하시리란 생각에 감사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이런 글을 쓰는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에 세월의 빠름을 실감했습니다.
시간은 참 묘합니다. 실체가 없습니다. 그러나 조용히 참 많은 일을 합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던 겨자씨가 새들이 깃들일 나무가 됩니다. 어린아이가 어느새 가장이 되고, 사람 구실 제대로 할까 싶던 말썽꾸러기가 의젓한 사회인이 되는 것을 봅니다. 그 순간에는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되지 않던 일이 세월이 지나면서 해결되는 것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시간은, 사람에게 많은 깨달음을 줍니다.
이제 봄입니다. 봄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들지요. 하나님께서 이미 새 일을 시작하신 줄 믿습니다.
강신욱 목사(남서울평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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