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의 시간이 빚은 라스트 첫 정규음반 <마라나타, The LAST Time>
-듣고 느끼고 침묵하게 하는 메시지와 음악적 풍미 가득-
6년 전, Light And SalT의 줄임말 LAST란 이름으로 미니음반을 출시했을 때까지만 해도 LAST는 '한국 CCM의 가능성'이란 수식어가 제법 어울리는 팀이었다. '가능성'이란 단어가 어울렸던 이유를 대표곡 'Wonderful Peace'를 통해 되짚어 보자.
익숙한 찬송가 '내 영혼의 그윽이 깊은 데서'를 블랙가스펠로 편곡해서 불렀다. 똘똘한 접근성은 블랙가스펠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블랙가스펠이 갖추어야 할 덕목은 무언가. 파워풀한 가창력이다. 그래서 라스트는 미니음반 출반과 동시에 '실력파 보컬팀'이란 타이틀을 획득했다. 또한 익숙한 곡을 새롭게 들리게 하는 동력은 무언가. 곡 해석력이다. 쫀득쫀득한 랩과 함께 선보인 이들의 춤사위는 엔터테이너로서의 능력을 반증했다. '하나님을 높인다'라는 광의의 뜻을 포함하고 있는 '찬송'가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도발은 리듬의 내용인 '메시지'에 비중을 두는 팀이라는 것에 힌트가 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LAST는 '가능성 있는 팀'이 되었고 꾸준한 싱글 출반을 통해 그 가능성을 실험하였다. 꾸준한 실험은 탄탄한 기초가 되었고 탄탄한 기초는 자신감이 되었다. 그래서 첫 정규음반 <마라나타, The LAST Time>은 메시지와 더불어 음악적 풍미가 진동한다.
13곡의 풍부한 송리스트는 정규음반을 오랫동안 기다렸던 팬의 마음을 녹이고도 남을 법하다. 그런데 여기에 프로듀서 강원구의 기획력과 예술성, 음악적 센스와 폭넓은 인간관계라는 맛있는 양념들이 더해졌다. 아카펠라, R&B, 발라드, 힙합, 가스펠, EDM 등 곡마다 입힌 장르의 다양함. 헤리티지, 이실라, 주리 등 쟁쟁한 뮤지션들의 피쳐링. 그리고 단언컨대 한국 CCM이 낳은 천재 뮤지션 이기현과 슈퍼쥬니어, 2PM 등과 호흡하며 기량을 쌓은 Peter Hyun(Team of Sound)의 편곡 참여는 듣는 맛을 더해준다. 음반 기획력의 백미는 LAST 멤버들의 음악적 감수성을 가늠케 하는 솔로곡 투여다. 그동안 하모니를 위해 묻혀졌거나 언뜻 들리던 멤버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건 크나큰 청욕(聽慾)의 해소다. 또한 철저하게 곡이 전하는 메시지의 시각화에 중점을 두고 제작한 타이틀곡 'The Cross'의 뮤직비디오는 영상미디어 세대의 갈증을 해소한다. 게다가 모든 뮤직비디오의 연출, 촬영, 편집 작업을 강원구 혼자서 소화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처럼 철두철미한 기획력이 뒷받침된 정규음반은 LAST다운 화려하고도 파워풀한 사운드라는 감칠맛에 속 시원한 청량감까지 선사한다. ‘이것이 바로 LAST다!’라고 선언이라도 하듯이..
‘LAST다움’을 규정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메시지다. ‘빛과 소금’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뜻의 팀 이름은 곧 이들의 정체성이다. ‘빛과 소금’은 ‘그리스도인다움’을 말하고 ‘마지막’은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자의 삶의 태도’ 곧 ‘종말관’을 뜻한다. ‘종말론적 세계관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다움’의 극을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 그것은 ‘마라나타’다. LAST가 정규음반 제목을 ‘마라타나’로 정한 것은 이들의 정확한 자기표현이다. 그래서 13곡의 송리스트에는 ‘종말론적 세계관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갖추어야 할 소양’에 대한 가사들로 넘쳐난다.
- 경배, 자유, 동행, 죄, 십자가, 예수, 좁은 길, 그리스도의 주 되심, 결단, 새로운 삶-
<마라나타, The LAST Time>의 두 번째 감상 포인트는 '가사'에 있다. 첫번째 감상에서 음악적 풍미를 경험했다면, 두번째 플레이에는 가만히 책을 읽듯 가사를 읽으며 들어보길 권한다. 특히 빠르게 흘러가며 흥을 돋구는 랩은 강력하고도 허를 찌르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죄와 세상은 더욱 날 가뒀어 But 이제 난 깨달았어 성부가 성자를 보내서 못 박았어 난 구원받았어 말씀이 꿀처럼 달아서 이제 말씀으로 사는 자유를 난 찾았어' -Free 일부-
간결한 문장이지만 그 안의 메시지는 흡사 '사도신경'과 같다. 구원받은 자의 변화 그리고 성도가 느끼는 자책과 깨달음 등 '신앙생활에 관한' 깨알같은 이야기들이 랩으로 풀어져 녹아있다. 이 깨알들은 재기발랄함과 진중함의 오묘한 버무려짐으로 음반 전체의 풍미에 향을 더한다. 그 향의 이름은 '그리스도인다움'이다. 이 향은 마음을, 영혼을 침묵으로 내몬다. 신나는 리듬, 눈을 감게 만드는 감미로운 목소리에 귀 기울였는데 먹먹한 침묵이 감돈다. 그 침묵은 여백에 서서히 번지는 수묵담채화처럼 가만히 영혼의 여백에 말을 건다.
'어떻게 오늘을 살아갈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마라나타!"
글. 오현정 [월간목회] ed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