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대표 축구 예배자, ‘국대’ 김신욱 선수
2014년 10월 2일 인천 문학경기장, 28년 만에 한국과 북한의 아시안게임 결승전이 벌어진 역사적 현장, 연장 후반에 교체 투입돼 13분을 뛴 공격수(FW) 김신욱은 금메달이 확정되자 한쪽 다리를 드디어 절며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대표팀에서 선배 입장이었지만, 9월 17일 대 사우디아라비아 전에서 입은 부상 탓에 팀에 제대로 기여를 하지 못한 마음고생 때문일 거라고 기자들은 짐작했다. 틀린 짐작은 아니지만, (눈물을 쏟은)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김신욱을 비롯한 10여 명의 ‘국대’(국가대표) 선수들이 축구장 한 가운데(센터서클)에 어깨동무를 하고 둘러섰다. 이 모습을 본 기자들은 “승리의 감격을 나눴다”고 썼다. 틀린 보도(오보)는 아니지만 ‘절반의 오보(誤報)’일 수도 있었다. 그때 김신욱과 선수들이 무엇을 했는지를 잘 알았다면 말이다.
수만 관중이 열광하는 그라운드 한 가운데서, 그들이 한 일은 눈물 뿌리며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린 것이었다. 합숙기간 내내 자주 모여 예배드리며, “우리는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도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도록 기도하며, 금메달이 우리의 참 목표가 아니요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뛰는 것이지만, 만일 하나님이 우리에게 우승을 선물로 주시면 센터서클에서 감사기도를 드리고 영광 돌리자”고 다짐했던 서원을 지켰을 따름이었다. 그 예배 모임의 리더가 김신욱이었다. 김신욱이 그러리란 건, 축구를 좀 아는 기독인이라면 일찌감치 예견했어야 했다.
1988년 4월생, 196센티미터의 장신으로 과천고를 나와 중앙대를 거쳐 2009년 프로 데뷔, 현대울산 소속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2013년 K리그 국내선수 연봉 제2위, 데뷔 5년만인 2013년 K리그 클래식 3관왕(MVP, 베스트 11 공격수 부문 , Adidas All In Fantastic Player Award)을 거머쥔 김신욱의 수상 소감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저는 예수님에게 속한 축구선수입니다. 하나님께 이 모든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수상 소감을 좀 길게 하라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작심한 듯 신앙적 고백으로 시작해 자신을 공격수로 전환시켜준 김호곤 감독 등 축구 관계자들에 대한 감사의 말로 소박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하자, 아쉬웠던 진행자가 다시 물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기억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김신욱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하나님이요!”
부상 치료를 목적으로 아시안게임 이후 K리그 ‘시즌 아웃’이 결정돼 활동을 쉬고 있는 김신욱이, 입원중인 서울 근교 모 병원의 개인 병실로 갓피플 취재진을 초대했다. 축구 선수들이 많이 찾는다는 그 병원에서, 그는 자기 병실을 치료중인 선수들을 불러 모아 전도하며 예배드리는 장소로 쓰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 기도로 하나님께 묻고 인터뷰를 수락한 갓피플을 만나기에는 적합한 장소가 아니냐고도 했다.
글 : 이한민 | 사진 : 도성윤: 사진자료: 김진회, 강영조
축구해설가 이영표는 이런 그를 ‘존재감의 위력’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안게임 북한과의 결승전에서 골이 터진 직후 곧바로, 이영표는 골을 넣은 선수에게 민망하리만치 김신욱의 역할과 공로를 강조하기에 바빴다. 김신욱이 골문에 서 있었기 때문에, 북한팀의 골키퍼가 김신욱을 의식하느라 정작 다른 쪽에 골문이 열리는 걸 막지 못한 것이라고 해설했던 것.
존재 자체가 상대팀에게 부담이 되는 김 선수의 비결은 그저 큰 키와 활발한 체력 때문만일까? 최강희 감독이 월드컵 팀을 이끌 때 김신욱이 교체 투입되었던 다섯 경기 중 네 경기에서 투입 이후 3분 이내에 골이 터지곤 했는데, 그걸 그저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무슨 배후(?)가 있겠지. ‘김신욱을 만나면 그 배후가 뭔지 꼭 물어보리라’ 생각하며 병실로 들어서는데, 침대 머리맡에 성경찬송가와 더불어 가지런히 놓인 ‘히브리어 분해대조성경’과 ‘히브리어 헬라어 성경사전’이 먼저 눈에 띄었다. 초면임에도 농담으로 물었다.
“목사님도 아닌데, 축구선수가 무슨 저런 책까지 봐요?”
우문이 갔는데 현답이 왔다.
“제가 성경 40독을 했는데요, 이젠 말씀만이 아니라 언어(원어의 뜻)도 알아야겠더라고요.”
기자는 머쓱해졌고, ‘배후’에 대해 다시 물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 ‘배후’를 만난 사연부터 바로 물었다. 그는 달변이다. 질문 한두 개면 열 개의 답을 얻기에 충분했다.
말씀과 성령에 이렇게 강력하게 붙들린 청년은 처음 만난 듯합니다. 김 선수는 성령 하나님을 어떻게 만나고 체험했습니까?
제가 교회에 처음 간 건 중학교 2학년 때입니다. 친구가 전도하며 준 책 때문인데요. 일반인은 잘 이해하지 못하시겠지만, 모든 축구선수는 어려서부터 항상 눈앞에 있는 목표를 위해 모든 걸 버리면서 살아요. 그게 축구경기입니다. 저는 초등 3학년 때부터 축구를 했는데, 대회가 있다면 올인 (All In)해야 합니다. 끝나면 휴가를 다녀와서 다음 목표를 재점검합니다. 그리고 또 뛰고, 그게 인생이듯, 축구선수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제 인생도 언제나 목표가 있고 목표를 이뤄왔어요.
그런데 이기든 지든, 우승하든 예선 탈락을 하든 내 안에는 늘 공허함이 있더라고요. ‘진정으로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이어야 할까’ 하는 생각을 중학교 때 하게 됐어요.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했으니, 하나님의 만지심이겠죠?
도대체 신이라는 존재가 과연 있을까? 내가 정말 내 인생을 의지하고 맡길 어떤 분이 필요하지 않을까? 남들에게 말은 못했지만 가슴속으론 가지고 있던 생각 같은데요, 그때 친구가 준 책이 조이 도우슨의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삶》이었어요. 그 책을 보고 내가 추구하던 진짜 목표, 바로 세상의 신이 지금도 살아계셔서 음성을 들려주고 계시고 그걸 듣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고서, 이게 내가 찾던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은혜와진리교회를 찾아가게 됩니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수련회를 갑니다. 중학교 2학년 때보다 성숙했을 텐데, 예수 그리스도가 대신 죽으신 대속의 은혜 같은 것까진 잘 몰랐습니다. 한 여학생이 울면서 찬양하는 걸 보고 당시 저로선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저 사람에게 하나님이나 예수님이 뭐기에 창피를 무릅쓰고 저러나? 그래서 그날 제가 이런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제는 제가 하나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내년 수련회 때까진 저를 만나주세요.”
그래놓고 고3이 되어서도 교회의 예배란 예배는 다 갔습니다. 이해는 다 못했지만 성경책도 읽고. 그리고 이듬해, 기가 막히게 시간이 맞아 2박 3일 수련회를 갈 수 있었는데요, 첫날부터 하나님을 만날 줄 알았는데 응답이 없으시더라고요. 얼마나 섭섭하고 분하던지. 그래도 하루가 더 있으니까, 다음날 제일 먼저 일어나서 교회 강당에서 혼자 기도했어요. 오늘은 저 좀 만나달라고.
둘째 날 저녁, 목사님이 감사하게도 이런 초청을 해주셨어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음성, 영혼을 움직이는 목소리를 듣고 싶은 학생은 앞으로 나오라고. 당시 저는 사람들 앞에서 창피한 게 가장 싫었는데, 2천 명 앞에서 걸어 나가고 있더라고요. 그날 밤, 제가 성령으로 방언하고 회개하게 됩니다. 몸이 뜨거워지면서 일곱 살 때 동네 슈퍼에서 물건 훔친 것부터 그때까지 지은 모든 죄를 방언 속에서 회개하게 하시더라고요.
그날 저는 제 모든 걸 내려놓았어요. 성령의 흐름에 그냥 맡기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기도하고 눈을 뜰 때, 사실은 눈을 뜨고 본 건지 안 뜨고 본 건지도 명확하진 않지만, 태어나서 처음 보는 빛이 저한테 오더라고요. 고개를 들 수 없어 몸이 뒤로 넘어졌습니다.
그날로 김신욱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하나님께 약속했어요. 내 평생 하나님을 위해 살다가 죽겠다고. 축구도 하나님을 위해 하겠다고! 그리고 수요예배, 철야예배, 예배라는 모든 예배를 지금까지 빠지지 않았고요, 믿지 않는 영혼이 눈앞에 보이면 그냥 지나친 적이 없었습니다.
요즘엔 경건의 훈련을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아침에도 물론 기도하지만 매일 밤 10시부터 12시까지는 하나님과 나와의 시간이에요. 말씀 보고 기도하고요. 찬양도 내가 즐겁고 위로받는 것보다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찬양을 많이 해요. 독서는 신앙서적 위주로 많이 하고요(그는 YTN 인터뷰 때 《하나님의 대사》를 읽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요즘엔 인터넷으로 좋은 말씀 많이 들을 수 있으니까 ,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유기성 목사님, 이찬수 목사님, 이재철 목사님, 김용의 선교사님 같은 분들의 설교를 들은 다음 잠자리에 들곤 합니다. 다니엘김 선교사님을 특히 좋아해서 유튜브에 올려진 동영상은 제가 아마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들어봤을 겁니다. 얼마 전에도 제가 자주 가는 감림산기도원에 오셨기에 말씀 듣고 인사도 잠깐 나눴고요.
그래서인가요? 어쩐지 말투가 다니엘김 선교사를 빼닮은 것 같군요. 김 선수도 실제 생활에서는 예배 인도하기를 힘쓴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리더를 맡고 있는 공동체의 이름이 ‘씨앗’입니다. 울산에서 모이는데요, 제가 지금 울산 현대 소속이잖아요. 그 지역 크리스천 축구선수들이 공동체에 많습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울면서 예배를 심어, 각자가 흩어질 때는 민들레 씨앗처럼 예배를 뿌리는 공동체가 되자는 의미로 그런 이름을 지은 겁니다.
제가 하나님으로부터 세 번 이상 메시지를 듣고 헌신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 바로 이 ‘예배’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이 죽어가고 있고 하나님의 주권과 예배가 무너지고 있는데, 이걸 그냥 방관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계속 하도록 하셨습니다.
울산에서는 목요일에 예배가 드려집니다. 지금 저는 이 병원에서 예배라는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제 병실에 10명이 모이는데요, 사실 과천고등학교 3학년 때도 주장을 하면서 예배를 인도했었습니다. 지금 과천고는 여전히 예배를 드리고 있고요. 다른 대학교로 갈 수도 있었지만 하나님이 가라 하신 중앙대학교에 가서도 예배를 일으켰습니다. 제가 그 학교 다닐 때 감독님이 주일에 운동을 없애셨어요. 그리고 울산현대로 갈 때 마침 김정남 감독님이 그만 두셨는데, 그 분이 새벽기도를 빠뜨리지 않던 분이시거든요. 제가 바통을 이어받게 된 거죠. 울산 간 지 1년 만에 대표팀에 가게 됩니다. 첫 대회가 이영표 선배님이 은퇴하시는 자리였어요.
영표 형님이 제게 부탁하셨죠. “대표팀에 예배가 끊기지 않게 해 달라!” 그래서 대표팀 예배를 제가 인도해왔습니다. 이번 아시안 게임 때 십여 명이 그라운드에서 기도했는데요, 원래 김진수와 저 말고는 예수님 아는 친구가 대표팀에 없었어요. 한 달의 합숙기간 동안 진수와 제가 생활선교사로 복음의 씨앗을 뿌린 거예요.
대표팀 선수들에게 어떻게 전도했습니까?
대한민국의 토속신앙은 기복주의나 샤머니즘이라고 해서 잘되는 걸 추구하잖아요. 세상을 만드신 신이라면 우리 소원 하나 들어주시는 게 뭐 대단한 일이시겠어요?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만도 영광인데, 그러니까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위해서만 평생 사는 게 당연한 건데, 우리는 삶이 조금 힘들고 아파도 도와달라고 하고, 내 자식 잘 되고 대학 가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회사에선 승진을 바라고, 그러면서 정작 성경 말씀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성경이 말하는 진정한 복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이죠.
분명 성경은 물질의 복도 말하긴 합니다. 하지만 하늘나라를 소망하는 것,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그분을 따라 좁은 길을 갈 수 있는 게 진짜 복인데, 그 복을 구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씨앗이라는 공동체를 통해 세상이 말하는 게 더 이상 복이 아니라는 걸 나누고 싶어요. 그렇지만 아직 믿음이 약한 친구들에게 그걸 먼저 말하면 이해를 못할 거잖아요. 일단 대표팀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가 다 우승을 바라지 않냐? 하나님께 금메달 달라고 기도할 거니까 모두 내 방으로 모여라.” 제 속마음은 그게 아니지만 일단 그렇게 말하고 불러 모았어요. 아시안게임 출전 자격은 기본적으로 23세 미만인데, 저는 나이로는 자격 미달이지만 참가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로 지목돼 들어간 거라 이번 대표팀에선 선배거든요. 선배 말이라 그랬는지 몰라도 한 11명이 모였어요. 제 간증을 하고, 살면서 만난 하나님, 제겐 믿음의 어머니인 감림산기도원 이옥란 원장님 같은, 제가 존경하는 멘토들이 만난 하나님 이야기도 들려주고 예배드렸고, 스마트폰에 찬양 담아 스피커에 연결해 들려주면서 기도하게 했어요.
그런데 하루는 예배가 끝나도 돌아가지 않고 계속 기도하던 친구들이 이런 말을 해요. “형, 원래 찬양 듣고 기도할 때 몸이 막 뜨거워지고 떨려요? 저 오늘 그랬는데.” “그래? 항상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건 오늘 하나님이 너를 찾아오셔서 그랬던 것 같아!” 놀랍죠? 성령님이 찾아주신 겁니다. 선수들이 그렇게 성령님을 체험합니다. 처음에는 금메달 따게 해주시는 하나님으로 믿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십자가 지신 예수님 따라 좁은 길을 가는 삶, 히브리서의 고백처럼 마지막 때에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예수님만 바라보며, 하나님을 위해 축구선수로서 하나뿐인 삶을 드리는 신앙으로 거듭난 겁니다. 그리고 우승하면 진심으로 감사기도를 하며 영광 돌리기로 약속했고, 그래서 북한을 이긴 날 센터서클에서 기도했던 겁니다.
축구를 하며 하나님의 손길을 체험한 일이 많았겠습니다.
2013년 6월에 우즈베키스탄과 월드컵 최종 예선이 있었어요. 만약 지면 대한민국은 월드컵에 못 나갑니다. 그러면 경제적으로도 나라에 엄청난 손해가 있대요. 무조건 이겨야 했어요. 그 한복판에 제가 서게 된 거예요. 손흥민과 제가 투톱으로 뛰는데, 경기 전날 너무 걱정 됐어요. 선배들이 7연속 나간 월드컵인데, 저 때문에 못 나가면 안 되잖아요. 너무 부담이 돼 목회 준비를 하는 제 친구에게 상담을 했어요.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그 친구가 이러더라고요.
“너 진짜 크리스천이 뭔지 알아? 세계 최고의 가수가 노래 부르다 성대가 끊어져서 혼자 방에 돌아와. 그러면 그때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있어. 무릎 꿇고 감사 찬양을 부른다면 진짜고, 원망해서 운다면 가짜일 걸? 네가 진짜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의 은혜 때문에 눈물 흘리는 자라면, 내일 이기든 지든 상관없을 걸?”
그 말 듣고 눈물이 많이 나면서 회개했어요. 나 때문에 져서 월드컵 못 나가도 내 책임이고, 내가 땅 끝까지 떨어져도 된다고 고백했어요. 그래도 예수님은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십자가에 거꾸로 달리고 목이 잘려 죽어도 마지막 호흡 다 할 때까지 믿음 지키고 순교한 신앙의 선배들처럼, 세상이 나를 죽여도 상관없어요. 세상이 흔들 수 없는 믿음이 뭔지, 그때 제가 느꼈어요. 기독교의 본질, 예수님의 십자가, 앞으로 이거 하나만 소유하고 살자 다짐했어요.
그리고 이건 제가 오늘 갓피플 앞에서 처음 하는 이야기인데요, 올 1월에 브라질로 전지훈련을 갔을 때 몸 상태가 최악이었습니다. 3,4년을 쉬지 않고 달려왔거든요. 발바닥에 생긴 물집 안에 또 물집이 생길 정도로 고통스러웠고,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었어요.
평가전을 하러 LA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도했습니다.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경기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그러면서 성경을 펴는데 사사기를 읽게 됐습니다. 기드온이 나오더라고요. 300명의 군사로 메뚜기 떼 같은 미디안 대군을 이겼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런데 하나님이 비행기 안에서 말씀하시더라고요.
“기드온의 300 군사와 함께했던 내가 너와 함께 한다! 신욱아, 네 (축구실력) 자랑하지 마. 네가 하는 건 아무 것도 없어. 네가 싸우는 게 아니라는 걸 내가 오늘 보여 줄게.” 하나님이 저를 끝까지 낮추시더라고요. 그리고 코스타리카와 벌인 평가전에서 제가 한 골을 넣게 해주십니다. 저는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주님이 다 하신 거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독 청년들에게 김 선수가 나누고 싶은 하나님의 마음이 있다면?
이 세상 전체가 퍼즐이라면 저는 축구라는 영역에서 하나님의 퍼즐일 뿐이에요. 청년들도 다른 영역의 퍼즐로서 부르심을 받았겠지요. 중요한 건 각자 선 곳에서 예배를 시작해야 해요. 대한민국에 예배가 회복돼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복음이 전해질 수밖에 없고 소통이 이뤄질 겁니다.
지금 청년들에게 선택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중요한 건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그곳이 그냥 복의 근원이요 통로라는 겁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면 말이지요! 그러니 내 선택과 상황에 얽매이지 말고 그냥 우리 위해 죽으신 예수님과 십자가만 붙들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달려가면 좋겠습니다. 내 머리와 선택으로 한다면, 실패하든 성공하든 하나님하곤 상관없는 일이 되지요. 내가 갈 길은 예수님 한분만 바라보고, 세상 인정 바라지 말고 주님께 인정받는 삶을 사는 거예요.
김신욱의 기도제목은?
내년엔 유럽에 진출해서 뛰고 싶은 기도제목이 있어요. 국제무대에서 골을 넣고 영광 돌릴 수 있으면 감사하지요. 하지만 그게 제 목표의 전부는 아닙니다. 지금은 세상의 인정을 받고 살지만, 저는 은퇴 후엔 정말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그냥 성령의 바람이 부는 현장에서 복음 전하며 살고 싶어요. 제가 기도모임 마칠 때마다 하는 찬송이 ‘일어나라 주의 백성 빛을 발하라’인데요, 사실 지금 대한민국 청년들은 과거 선배들이 고생하며 눈물로 기도하신 덕을 받고 사는 거잖아요.
이젠 청년들이 일어설 때입니다. 우리들 몫이죠. 기도와 예배가 회복되는 것, 마지막 시대 이 땅에 주의 촛대가 계속 머무르게 하는 것, 그러려면 우리 청년들이 하나님 앞에서 울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나라를 위해 각자 처소에서 예배를 시작해야 합니다. 전도가 시작되고 삶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뿜어야 합니다. 저는 그라운드에서 공을 차며 예배하고 그 향기를 뿜겠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자리에서 예배하고 뛰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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