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아침이 온다/김해영 지음/두란노
“후유∼ 다행이다.” “그래 다행이야.” 요즘 부쩍 듣고 싶고, 나누고 싶은 간절한 대화이다. 하지만 좀처럼 ‘다행스런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그래서 ‘다행이야’란 말을 하고 싶은 바람으로 이 책을 펼쳤다. 저자는 ‘희망 멘토’로 불리는 김해영 선교사다. 밀알복지재단 아프리카 권역 본부장으로 현재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살면서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초등학교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녀는 불행한 소녀였다. 딸이라는 이유로 태어난 지 3일 만에 아버지가 내던져 척추장애를 입었다. 그 탓에 평생 134㎝ 키로 살고 있다. 교통사고로 정신 이상을 앓게 된 어머니와 다섯 남매를 두고 그 아버지는 목숨을 끊었다. 조금만 앉아 있어도 끊어질 것만 같은 허리 통증을 겪으면서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 소녀에게 ‘아침’이란 없을 줄 알았다.
그녀를 일으킨 건 다른 게 아니다. 어린 시절 공장에서 일할 때 공장 사장이 던진 “너는 이런 데 있을 사람이 아닌데…”란 한 마디다. 그 사장은 조그맣고 볼품없는 10대 소녀를 특별하게 대했다. “안타깝게도 그 공장 사장은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32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말았습니다…. 나를 인정해주던 사람은 죽었으나 나는 나에게 주어진 삶을 계속 살았습니다. 기능대회를 휩쓸고 일본을 다녀오고 보츠와나로 갔습니다.”(105쪽)
20대 중반에 “너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라”는 하나님 말씀에 순종해 안착한 곳이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조그만 마을 ‘굿 호프’다. 우리말로 희망이다. 어쩐지 이름 그대로 좋은 일이 많을 것 같은 곳이지만, 그녀는 그곳에서 더 깜깜한 밤을 맞았다.
“한국에서 이미 죽을 것 같은 경험을 한 후에 ‘가서 죽어도 좋다’는 마음으로 보츠와나로 떠나왔습니다. 그런데 외로움과 슬픔이 밀려오자 죽을 것 같은 심정으로 떠나온 그곳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자동차 한 대 지나가지 않는 캄캄한 밤의 비포장도로를 걷고 또 걸었습니다. 사막이나 다름없는 그곳의 밤은 매우 춥습니다. 허기와 갈증, 피로, 그리고 추위로 걸음은 점점 느려졌습니다.”(39쪽)
그렇게 긴 외로움과 고통의 터널을 통과한다. 그 끝에서 그녀는 캄캄한 밤하늘에서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별무리들을 보게 된다. 함께 살자고 찾아오신 하나님이다. 그녀는 의자 두 개를 마련하고 늘 하나님을 옆에 모셨다. 그리고 그분과 대화했다. 저자는 “보츠와나에서의 14년이 인생의 가장 빛나던 때”라고 고백했다.
사실 그녀의 삶은 참 아프다. 선교사가 되기 위해 그녀가 치른 값은 너무 혹독하다. 많은 제자들과 마을 사람들의 장례식에 참석했고 운영비가 없어 학교가 문을 닫았다. 권총 강도를 세 번쯤 당했고 며칠씩 혼자 앓을 때는 그냥 죽었으면 하고 바랐다. 칼로 협박당하고 얼굴과 온몸에 구타당하기도 했다. 흔한 교통사고는 미미한 일이었다. 말할 사람이 없고 감정을 나눌 사람이 없어서 식물에다 마음을 쏟았다. 어디 이뿐인가.
“내가 다시 이 방에 돌아올 수 있을까 하며 아침에 집을 나섰습니다. 네 명의 한국인이 굿 호프 공동묘지에 묻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중 두 명은 올케와 갓 돌이 지난 사랑하는 조카였습니다…. 위와 같은 일들을 겪으며 나는 선교사가 되어 갔습니다. 선교사란 호칭을 듣기에 알맞은 값어치는 외로움과 고생과 홀로 남는 일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묘지에 묻는 일과 그저 목숨 하나 건져서 살아 나오는 것입니다.”(166쪽)
책에서 그녀는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많이 아팠다”고 전한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프고, 정신은 피폐해지고, 영혼은 갈급했다고 토로한다. 그리고 맺는 말, 바로 “다행입니다”이다. 그것도 천만다행이다. 다행히 그런 아픔과 상처들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옆에서 주님이 동행해줬기 때문이다. ‘나만 이렇게 캄캄한 밤을 보내지’라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누구보다 짙은 어둠을 경험한 김 선교사의 말을 떠올려보길. “그날 어둡고 두렵고 무섭던 밤은 나와 하나님만이 아시는 시간입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 다행이다, 아침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