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의 은사’가 없는 크리스천 청년들이라면, 결혼은 그들에게 있어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일 것이다. 결혼은 리필도 리콜도 할 수 없는, 인생 최고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혼적령기 청년들 대부분의 기도제목 상위권에는 ‘배우자’가 포진하고 있고, 거기엔 ‘신앙 좋은’이라는 수식어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특히 여성 청년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하나님께서 100% 역사하신 듯한 결혼의 주인공 리브가나 7년에 7년을 더하면서까지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한 라헬을 꿈꾸는 그녀들이지만, 남성보다 여성 비율이 훨씬 높은 교회가 많아 ‘선택지’ 자체가 풍성치 못하다. 더구나 이러저러한 고민을 털어놓을 곳마저 마땅치 않다.
▲기자 출신의 이애경 작가는 조용필과 윤하의 노랫말을 작사했고, 30대 여성들을 위한 <그냥 눈물이 나(시공사)>를 썼으며, 글을 통한 내적 치유와 회복 사역, 강연을 통한 크리스천 싱글남녀의 코칭에 힘쓰고 있다. 에스겔 47장의 비전처럼 자신의 글을 통해 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즐거워하며, 치유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예쁜 나무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
남모를 고민으로 가득한 이들에게, 명절이나 크리스마스에서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기간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눈을 낮춰야 한다’, ‘기도만 하지 말고 선을 보라’는 등 온갖 소리가 들려온다. 이쯤 되면 ‘순교하는 마음으로 비기독교 형제와 사귀어 볼까’, ‘남자 많은 교회로 옮겨볼까’, ‘기도원 가서 금식이라도 해야 하나’ 온갖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이러한 고민으로 머리를 싸매 왔고, 지금도 여전히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짝’을 기다리고 있는 골드미스 여성 작가 이애경 씨가 같은 처지(?)의 크리스천 ‘솔로’ 여성들을 위한 처방전 <기다리다 죽겠어요(터치북스)>를 펴냈다. 고담준론에 점잔 빼는 이야기는 모두 제하고, 뼛속 깊이 체험한 ‘언니’의 과감하고도 현실적인 조언과 위로에 크리스천 싱글녀들이 열광하고 있다.
-교회를 ‘아마조네스 왕국’으로까지 표현했는데, 교회 내 성비(性比)가 그 정도인가요.
“심각합니다. 안 그래도 대한민국 싱글 여성들이 결혼하는 나이나 퍼센트가 굉장히 낮은 게 사실입니다. ‘골드미스’라 포장하지만, 사회에서 30대 여성 중 결혼하지 않은 이들이 20만명이라는 뉴스를 봤어요. 안 하려는 게 아닙니다. 현재 교회는 배우자를 찾지 못하는 불합리적 구조입니다.
여성들 지위가 예전보다 높아지다 보니 눈이 높아졌다고도 할 수 있지요. 전업주부를 바라던 시대에서, 함께 일하고 동등하게 대결하는 상황이니까요. 여성들이 앞서간 만큼, 남성들이 받쳐주고 따라 올라가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대한민국에 퍼진 이러한 문제에다, 교회에서는 3대 7이나 2대 8 정도로 여성 청년들이 월등히 많습니다. 제 주변에도 결혼하지 않은 분들이 많아요.
특히 교회에서는 믿는 사람들과 결혼해야 한다고 합니다. 2대 8이라면, 한 명을 놓고 네 명이 싸워야 되는 구조입니다. 같은 교회 다니는 이들은 너무 잘 알아서 이성(異性)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잖아요. 그렇다고 교회 사이에 연결되는 컨퍼런스나 미혼 남녀간 만남의 장도 적습니다. 사명 따라 열심히 일하고 사역하면서 결혼도 해야 할텐데, 잘 안 되는 것이죠.
교회에서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잘 깨닫지 못하시는 것 같아요.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하나님 기뻐하시는 가정을 만들고, 그러한 자녀들을 낳아서 신앙을 대대손손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할텐데 말입니다. 교회 내에서 자매들이 배우자를 찾을 수 없어 힘들어한다는 걸 절실하게 느끼질 못하고 계세요. 자매들의 경우 이런 고민들을 표현하는 것 자체도 굉장히 어렵다 보니….”
-직접 하셨던 고민과 체험이 담겨있고, 같은 입장에서 전하시니 책 이야기들이 실감나는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여성분들 눈이 너무 높아서 그런 건 아닐까요. 책에서는 ‘배우자 리스트를 내려놓으라’는 이야기도 보입니다.
▲‘교회가 연애당이냐’는 시각에 대해서는 “그러면 술집엘 가서 이성을 만나야 하느냐”며 “그래도 교회는 보호막이 되어줄 수 있다. 결국 하나님을 믿는 사람,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찾으려면 교회로 가야 한다”고 했다. |
‘눈을 낮추라’는 말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부분들을 볼 수 있도록 내 마음을 깎으라는 말로 받아들이면 어떨까요. 재력이나 조건, 외모나 학벌 등 세상적인 배경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 사람을 어떻게 보시느냐를 중심으로 두는 것입니다. 외모를 떠나 그 안에 하나님께서 얼마나 보물 같은 사람을 감춰놓으셨는지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지자, 하나님의 눈높이로 가자, 그런 이야기입니다.”
-‘사역 파트너와 미래 남편감을 혼동하지 말라’, ‘리더들, 사역자들을 향해 마음을 품지 말아라’는 조언도 있네요.
“사역에 집중하다 보면, 중심 멤버들만 만나게 돼 인간관계의 범위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사람이라는 게 같이 있다보면 정도 쌓이고 마음이 열릴 가능성이 많잖아요. 사역자는 좋아하는 마음이 없더라도 잘해주게 되고, 여성들은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오해하는 경우도 생기고 틈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여성들은 누군가 내게 호감이 있다고 생각하면, 벌써 마음으로는 신혼여행엘 가 있어요(웃음). 그렇게 감정을 키웠는데 알고 보니 동역자로 잘해준 것 뿐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사역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 자체가 어그러지기 때문에, 일은 일대로 사역은 사역대로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정말 그런 방식으로 만나게 하시는 거라면, 혼자가 아니라 동시에 급작스럽게 마음이 통하도록 하나님께서 일하실 것입니다. 설사 그럴 가능성이 있더라도, 사역하면서는 팀원들 간에 그런 마음을 갖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교회(제일성도교회) 같은 경우도 팀원끼리는 연애를 금지하는데, 좋은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사귀다 헤어지면 누군가 교회를 떠나야 하고, 사역도 잘 되지 않고…, 얼마나 손해입니까?”
-많은 청년들이 ‘이 사람이 그 사람일까?’ 하면서 갈등하는데요. 대부분 기독 청년들은 하나님께서 계시를 통해 누군가를 지정해주길 은연중에 바라고 있기도 하는 것 같고요.
“정말 특별한 경우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시겠지만, ‘하나님께서 이 사람이라고 하셨다’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던 경우가 주변에 많아요(웃음). 혹시 모르니 기도해보라고 권유했지만, 그런 경우 듣질 않지요. 하나님은 대부분의 경우 굉장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으로 일하신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남자를 하나님께서 배우자감으로 점찍었다고 한다면, 뭐라고 하실 건가요?
결혼할 때가 된 남녀가 둘이 만나 서로 좋아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감정이나 타이밍이 딱 맞는 건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때가 아닐까, 그게 하나님께서 만나게 하신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결혼은 굉장히 중요한 선택이기 때문에, 나와 상대의 확신도 매우 중요하지만 주변에 기도도 부탁하고 이미 결혼하신 분들께 조언을 듣는 일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내 마음에 확신이나 평안이 있다면 그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음성이 아닐까 합니다.”
-신학적인 질문이 될 수도 있겠는데, 하나님께서 예비해 두신 짝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 부분도 참 많이 고민했어요(웃음). 기본적으로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와 결혼하느냐 마느냐는 저희에게 달린 거겠죠. 그러나 행여 우리가 중심이 아닌 외모를 보다 서로를 선택하지 못했더라도, 하나님께서는 이미 저희가 선택할 다른 사람들을 완벽한 계획 안에 커플로 예비하셨을 것입니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아니라, 꿩을 택하지 못했지만 다른 꿩을 주신다는 거죠.
우리가 자유의지로 ‘플랜 B’를 택하더라도, 하나님 안에서는 또다시 완벽한 계획을 세우시고, 은혜로 덮으시지 않을까요? 아브라함이 이삭을 못 기다려 이스마엘을 낳았지만 그도 축복해 주셨듯이 말이에요.”
-‘골드미스’로서 자신의 이야기일 수 있는 이런 책을 쓴다는 일이 사실 쉽지 않았을텐데요.
그리고 저처럼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다는 생각과,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라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저만큼 결혼에 대해 고민해 본 사람이 많지 않을테니까요. 여성들은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이 있다는 존재만으로 큰 위로를 얻곤 해요. 제가 뭐라고 조언을 하겠어요(웃음). 하지만 겪어보니 이렇게 하면 덜 힘들더라, 하면서 서로 세워가는 거죠.”
-결혼하신 분들은 어떤 반응이십니까.
“아이를 기다리는 부부의 피드백을 받았는데, 읽으시면서 결혼 대신 ‘아기’를 넣어서 읽으셨더라고요. ‘우리가 하나님께 원망하고 의심하는 동안, 하나님도 그 의심을 견뎌가고 계신다’는 그 분들 말씀에 제가 은혜를 받았어요. 뭔가를 기다리는데 이뤄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하나님의 치유를 기대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기도했던 부분도 그것입니다. 아이이든, 아픔이나 고통이든, 항상 기다리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이 된다면 감사하겠습니다.”
크리스천투데이 이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