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수 1만명의 미국 대형교회 목사가 노숙인이 된 이야기가 페이스북 등 인터넷 사이트를 강타하고 있다.
예레미야 스티펙이라는 목사는 어느 일요일 오전 자신이 담임목사로 부임하게 되는 한 교회 근처에서 노숙자로 변신해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하지만 교인 중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온 사람은 불과 세 명에 불과했다. 스티펙 목사는 교회로 향하는 교인들에게 ‘음식을 사려고 하니 잔돈 좀 달라’고 했지만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예배 시간이 되어 교회에 들어간 스티펙 목사는 맨 앞자리에 앉았지만 예배 위원들의 저지를 받고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맨 뒷자리에 겨우 착석하게 된다.
이윽고 새로운 목사가 부임했다는 광고시간. 맨 뒷자리의 스티펙 목사는 노숙인 차림 그대로 강단에 올라갔고 교인들은 경악스러워했다. 그는 곧장 마태복음 25장 31절부터 40절까지를 읽어 내려갔다.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이 구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양과 염소’ 비유로 누가 양과 염소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티펙 목사가 말씀을 마치자 회중은 무언가에 심하게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교인들 중엔 흐느껴 울면서 회개하는 사람이 속출했고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구는 교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스티펙 목사는 이날 오전 자신이 겪었던 것을 말하면서 “오늘 아침 교인들이 모이는 것을 봤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아니었다. 세상에는 교인들이 많다. 하지만 제자는 부족하다. 여러분들은 언제 예수의 제자가 될 것입니까?”라는 말을 남겼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당신이 믿는 것 이상이다. 그것은 이웃과 함께 그리고 옆에서 사는 것이다.”
이 스토리는 페이스북 등 블로그를 달구며 빠른 속도로 공유되고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 현재까지 1만3948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1577건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에는 “정말 실화인가”, “눈물샘을 자극한다” “화가 나고 부끄럽다” “그리스도인을 각성하게 한다” 등 반응이 쇄도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몇 개의 스토리가 짜깁기된 거였다.
미국의 루머 전문 사이트인 ‘스노프닷컴’은 최근 이 이야기와 비슷한 내용을 찾아냈다. 19세기 찰스 쉘던의 베스트셀러로 지금껏 출판되고 있는 ‘예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What would Jesus do?)를 비롯해 1970년대 프린스턴대의 심리학 실험 등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테네시주 클락스빌의 샌고연합감리교회(Sango United Methodist Church) 윌리 라일 목사의 실제 사례도 일부 인용된 것으로 보인다.
스티펙 목사를 암시하는 노숙인 사진은 브래드 제라드라는 사진작가가 영국의 한 노숙인을 촬영한 것으로 3년 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게 다시 게재됐다. 제라드는 당시 “리치몬드의 한 거리를 걷다가 인상적인 노숙인을 보고 잠깐 얘기를 나눴는데 매우 친절했다”고 소감을 적기도 했다.
미국의 ‘허핑턴포스트’는 28일 “‘예레미야 목사 비유’는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이야기는 여전히 인터넷상에서 공유되고 있다”며 “만약 예레미야 목사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레미야 목사 비유’는 샌고연합감리교회 윌리 라일 목사와 많이 닮아 있다. 라일 목사는 지난달 23일 이 교회의 담임목사로 새로 부임했고 부임하기 5일 전부터 직접 노숙자로 살았고 이 경험을 토대로 ‘행함이 있는 신앙’을 강조하는 설교를 했다.
‘더 테네시안’에 따르면 라일 목사는 교회에 부임하기 두 달 전인 지난 4월 꿈을 꿨다. 크락스빌 거리로 나가 노숙인으로 살라는 하나님의 분부였다. 릴 목사는 이를 그대로 시행해 지난달 17일부터 4박5일을 ‘거리에서’ 살았다. 돈이나 음식, 집, 친구도 없었다. 그런 다음 23일 일요일 새벽부터 자신이 부임하게 될 교회 옆 한 나무 밑에서 수염을 기르고 낡은옷 차림으로 노숙인처럼 앉아 있었다. 이 때 20명 정도의 교인이 말을 붙였고 그에게 돈이나 음식 등으로 도움을 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교인의 10% 정도에 해당했다.
그는 설교 강단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교인들은 매주 (주일예배) 한 시간만 하나님을 섬기기 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의 계획이 아닙니다. 정말 예수님처럼 살고 있습니까?”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