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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욱목사 9

독약과 단거 - 겨자씨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시인 이성복의 시 ‘그날’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잔디 뽑는 아낙네, 거리의 시장 사람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다고 합니다. 병들었는데 아프지 않다고 하면 진짜 병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죄를 죄로 인정하지 않을 때, 진짜 죄 속에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죄’라는 말을 싫어해 사회심리학적 용어들을 사용해가며 죄로부터 도피하려 합니다. 독이 든 병에 독 대신에 영어로 댄저(danger)라고 적었다고 합시다. 그랬더니 어느 사람이 날름 삼켜 죽고 말았습니다. 영어가 짧아 댄저를 단거(단 음식)로 읽었던 것입니다. 독은 독이고 죄는 죄입니다. 병든 것을 인정할 때 치유가 시작되고, 죄를 인정할 때 죄의 해결이 시작됩니다. 병들고 죄 있다고 인정할 때 예수..

치명적인 키스 - 한재욱목사(겨자씨)

“바다는 갈매기가 자신에게 하루에도 수백 번씩 키스를 한다고 믿는다. 키스의 황홀함에 취해 물고기를 도둑맞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다.” 정철이 지은 ‘내 머리 사용법(리더스북, 67쪽)’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치명적인 독을 품은 것일수록 아름답게 보입니다. 몸에 좋은 송이버섯은 볼품없지만 독버섯은 얼마나 예쁩니까. 마귀는 마귀스럽지 않습니다. 한술 더 떠 자신을 빛의 천사처럼 보이게 가장합니다. “이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 사단도 자기를 광명의 천사로 가장하나니”(고후 11:14) 마귀가 우리 영혼을 도둑질하기 위해 독을 품고 던지는 것이 있는데, 인간은 전혀 마귀스럽지 않다고 느낍니다. 바로 ‘생각’입니다. 마귀는 대부분 ‘생각’을 통해 역사합니다. 가룟 유다에게 예수님을 팔려는 생각 하나를 ..

봄에는 사뿐 사뿐 걸어라 - 한재욱목사(겨자씨)

인디언들은 봄이 되면 이런 말을 한다고 합니다. “모두들 뒤꿈치를 들고 사뿐사뿐 걸어라. 땅 밑에 이제 막 봄의 씨앗들이 올라오니 그걸 짓밟지 말라.” 우리의 옛 조상들은 더 따뜻했습니다. 보통 때엔 씨줄 열 개를 나란히 해서 촘촘하게 엮은 십합혜(十合鞋)라는 짚신을 신었습니다. 그런데 봄이 되면 십합혜의 반(半)인 씨줄 다섯 개에 날줄을 듬성듬성 엮은 오합혜를 신었습니다. 이 짚신은 실용적이지 못했습니다. 보기에도 팔푼이처럼 엉성하고 빨리 닳기도 하고 급하게 뛰어가다 보면 훌떡 벗겨지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봄이 되면 오합혜를 신은 이유가 있습니다. 봄은 모든 벌레들이 알에서 깨어나는 때. 느슨하게 삼은 오합혜를 신고 다니면 알에서 막 깨어난 벌레들이 밟혀 죽는 일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갈치’ 의 원말..

모든 소리를 이기는 소리 - 한재욱목사(겨자씨)

“이 순간/ 소리가 없음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이기네(此時無聲勝有聲).”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시 ‘비파행’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배경이 없으면 꽃이 풍경으로 피어나지 못하듯 말 또한 침묵의 배경이 없으면 깊이와 향기가 없습니다. 가장 깊은 진실, 푸른 창조는 침묵 속에 존재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모함을 받고 파직당한 뒤 원균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그러나 그는 칠천량해전에서 대패해 궤멸합니다. 선조 임금은 대안이 없자 이순신을 다시 복권시킵니다. 연전연승하던 자신을 고문하고 명예를 짓밟아 놓았지만 다시 전쟁터로 나가라고 합니다. 이순신도 사람인데, 증오와 적개심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침묵합니다. 그의 난중일기에는 군관 병사와 마을의 노인, 심지어 한경 돌쇠 해돌 자모종 등 노복들의 이..

웃는 얼굴의 힘 - 한재욱 서울 강남비전교회 목사

1999년 홍콩 캐세이퍼시픽 항공사 승무원들은 ‘노 스마일(No Smile)’ 파업을 해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승무원의 노동계약 내용엔 ‘미소’ 부분이 구체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미소를 보여줘도 그렇지 않아도 됐습니다. 항공서비스의 핵심은 안전과 친절인데 그 중 친절의 상징인 웃음을 없앰으로써 사업주에게 항의한 것입니다. 그것은 초강수의 항의 수단이었습니다. 미소 없는 승무원들의 모습은 항공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그 결과 임원진은 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의 내면은 얼굴빛으로 나옵니다. 얼굴은 마음의 초상화입니다. 웃는 얼굴은 화살을 피해가며 상대방의 마음도 열게 합니다. 웃음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고 감염됩니다. 이미지코칭 전문가 정연아씨는 저서..

숲속의 다른 걸음들 - 한재욱목사(겨자씨)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 미국의 철학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저서 ‘월든’ 중의 한 구절입니다. 숲속에는 모두 다른 걸음들이 있습니다. 사과나무와 떡갈나무는 보폭이 다릅니다. 산의 기슭에는 언제나 봄이 먼저 옵니다. 조금만 올라가면 아직 겨울이 머물러 있기도 합니다. 같은 산인데 두 계절을 사이좋게 지니고 삽니다. 수박이 부럽다고 호박이 제 몸에 줄을 그을 필요는 없습니다. 태양이 부럽다고 달이 제 몸을 불덩이로 태울 필요도 없습니다. 다름은 틀림이 아닙니다. 다름을 인정해야 더불어 사는 법을 알게 됩니다. 구약의 선지자 엘리사는 많은 기적을 행하면서 주님의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신..

고래를 춤추게 하지 말라 - 한재욱목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춤을 출 구조가 아닌 고래도 극진한 칭찬을 받으면 춤을 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래는 춤을 추려고 창조된 존재가 아닙니다. 고래는 바다에 있어야 합니다. 여행지마다 동물 쇼를 하는 곳이 많습니다. 새 강아지 원숭이 고래, 심지어 코끼리까지 까치발로 서게 합니다. 들판에서 뛰놀아야 할 존재들에게 서커스를 익히도록 ‘칭찬’이라는 조련술을 사용했다면, 이때의 칭찬은 폭력이자 유혹에 가까운 것입니다. 사탄은 예수님을 성전 꼭대기에 세우더니 뛰어내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천사들이 와서 발을 붙들어 줄 것이고, 사람들이 놀라 예수님을 따를 것이라고 유혹합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이 슈퍼스타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탄의 함정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헛된 영광을 ..

금보다 금반지 - 한재욱목사

금반지는 손가락에 끼우기 위해 존재합니다. 반지(斑指)의 ‘반(斑)’은 ‘나누다’는 뜻이고 ‘지(指)’는 손가락을 가리킵니다. 이처럼 반지는 사람들이 손가락을 걸고 뜻을 나누는 의미로 끼우는 물건입니다. 사람들은 금반지를 볼 때 눈앞의 반짝임에 현혹돼 금에만 초점을 맞추곤 합니다. 그러나 금반지에서 중요한 것은 ‘금’이 아니라 ‘반지’, 그러니까 손에 끼워지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가락에 끼어진 반지를 보면서 변함없는 사랑의 언약을 상기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금반지를 보면서 금덩어리에 초점을 둔다면 반지의 고귀함은 사라지고 그저 욕망 덩어리가 될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좋은 것들이 있습니다. 건강 학식 재능 외모 성공 물질…. 이것들은 모두 금이 아니라 금반지입니다. 모..

보고 싶은 것 너머를 보는 기적 - 한재욱 서울 강남비전교회 목사

“같은 꽃을 보더라도 한의사의 눈에는 약재로 요리사의 눈에는 요리 재료로 가수의 눈에는 노래로 화가의 눈에는 그림으로 시인의 눈에는 시로 남자의 눈에는 고백으로 여자의 눈에는 낭만으로.” 이창현 작가의 도서 ‘내 마음 속의 울림’ 중 한 구절입니다. 사람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산(山)을 산처럼 보지 않고 물도 물 그대로 보지 않습니다. 사물을 볼 때 정복해야 할 대상, 심지어 돈으로 보기도 합니다. 예배를 드릴 때도 자신이 듣고 싶은 성경 말씀만 취사선택해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마치 변하지 않으려고 갑각류처럼 마음을 무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많은 예배를 드려도 우리의 심령이 변화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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