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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시 27

편지쓰기2 - 이해인 시

편지쓰기2 네가 누구인가내가 누구인가발견하고 사랑하며편지를 쓰는 일은 목숨의 한 조각을떼어주는 행위 글씨마다 혼을 담아멀리 띄워보내면받는 이의 웃음소리가까이 들려오네 바쁜 세상에숨차게 쫓겨 살며무관심의 벽으로얼굴을 가리지 말고 때로는 조용히편지를 써야 하리 미루고 미루다 나도 어느날은 모르고죽은 이에게 편지를 썼네끝내 오지 않을 그의 답을꿈에서도 받고 싶었지만 내 편지 기다리던 그는이 세상에 없어커다란 뉘우침의 흰 꽃만그의 영전에 바쳤네 편지를 쓰는 일은쪼개진 심장을 드러내 놓고부르는 노래 우리가 아직 살아 있음을혼자가 아님을 확인하기 위하여떄로는 편지를 써야 하리 사계(四季)의 바람과 햇빛을가득히 담아마음에 캐겨 둔 이야기 꺼내아주 짧게라도편지를 써야 하리 살아있는 동안은 이 글에 공감하시면 아래 MY..

작은 기쁨 - 이해인 시

작은 기쁨 이해인 사랑의 먼 길을 가려면작은 기쁨들과 친해야 하네 아침에 눈을 뜨면작은 기쁨을 부르고밤에 눈을 감으며작은 기쁨을 부르고 자꾸만 부르다 보니작은 기쁨들은이제 큰 빛이 되어나의 내면을 밝히고커다란 강물이 되어내 혼을 적시네 내 일생 동안작은 기쁨이 지어준비단 옷을 차려입고어디든지 가고 싶어누구라도 만나고 싶어 고맙다고 말하면서즐겁다고 말하면서자꾸만 웃어야지 이 글에 공감하시면 아래 MY공감 하트를 눌러 주세요. ^^

가을 산은 - 이해인 시

가을 산은 가을 산은내게 더 가까이 있고더 푸르게 있다 슬픔 가운데도 빛나는내 귀한 연륜 시시로높은 산정 오르며생각했지 눈 감으면 보이고눈 뜨면 사라지는나의 사랑 하 그리 고운 언어들많이도 잊었지만은총의 빛 얻어슬프지 않은 가을 날희게 손을 씻고 뛰어가는당신의 언덕 길 덧없이 숨이 차 옴은그게 다 어린 탓이라고혼자 생각에 마음 더욱가난히 키워고개를 들면 가을 산은내게 더 가까이 있고더 푸르게 있다 이 글에 공감하시면 아래 MY공감 하트를 눌러 주세요. ^^

가을에 밤(栗)을 받고 - 이해인 시

가을에 밤(栗)을 받고 '내년 가을이 제게 다시 올지 몰라가을이 들어 있는 작은 열매밤 한 상자 보내니 맛있게 드세요' 암으로 투병 중인그대의 편지를 받고마음이 아픕니다 밤을 깍으며하얗게 들어나는가을의 속살 얼마나 더 깍아야고통은 마침내기도가 되는걸까요? 모든 것을마지막으로 여기며최선을 다하는 그대의 겸손을모든 사람을 마지막인 듯정성껏 만나는 그 간절한 사랑을눈물겨워하며 밤 한 톨 깍아가을을 먹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그 웃음아끼지 마시고이 가을 언덕에하얀 들국화로날마다 새롭게 피어나십시오 이 글에 공감하시면 아래 MY공감 하트를 눌러 주세요. ^^

가을 바람 - 이해인 시

가을 바람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나를 깨우는 바람꽃이 진 자리마다열매를 키워놓고햇빛과 손잡는눈부신 바람이 있어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쓸쓸함으로나를 길들이면가까운 이들과의눈물겨운 이별도견뎌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사랑과 기도의아름다운 말향기로운 모든 말깊이 접어두고침묵으로 침묵으로나를 내려가게 하는가을 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한 조각 구름처럼아무 매인 곳 없이내가 님을 뵈옵도록끝까지 나를 밀어내는바람이 있어나는 홀로 가도외롭지 않네 이 글에 공감하시면 아래 MY공감 하트를 눌러 주세요. ^^

가을 일기 - 이해인 시

가을 일기 잎새와의 이별에나무들은 저마다가슴이 아프구나 가을의 시작부터시로 물든 내 마음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조용히 흔들리는 마음이너를 향한 그리움인 것을 가을을 보내며비로소 아는구나 곁에 없어도늘 함께 있는 너에게가을 내내단풍 위에 썼던고운 편지들이 한잎 한잎 떨어지고 있구나 지상에서 우리가서로를 사랑하는 동안붉게 물들었던 아픔들이소리 없이 무너져 내려새로운 별로 솟아오르는 기쁨을나는 어느새 기다리고 있구나 이 글에 공감하시면 아래 MY공감 하트를 눌러 주세요. ^^

가난한 새의 기도 - 이해인 시

가난한 새의 기도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맑고 밝은 웃음으로기쁨의 깃을 치며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먼 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텅 빈 하늘을 나는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날서원의 삶에햇살로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모든 것 버리고도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다니는흰구름의 평화여 날마다 새가 되어새로이 떠나려는 내게더 이상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 이 글에 공감하시면 아래 MY공감 하트를 눌러 주세요. ^^

가을 노래 - 이해인 시

가을 노래 가을엔 물이 되고 싶어소리를 내면 비어 오는사랑한다는 말을흐르며 속삭이는 물이 되고 싶어요 가을엔 바람이고 싶어요서걱이는 풀잎의 이마를 쓰다듬다깔깔대는 꽃 웃음에 취해도 보는연한 바람으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풀벌레이고 싶어요별빛을 등에 업고푸른 목청 뽑아 노래하는 숨은 풀벌레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감이 되고 싶어요가지 끝에 매달린 그리움 익혀당신의 것으로 바쳐 드리는불을 먹은 감이 되고 싶어요 이 글에 공감하시면 아래 MY공감 하트를 눌러 주세요. ^^

친구에게 - 이해인 시

친구에게부를때마다 내 가슴에서 별이 되는 이름 존재 자체로 내게 기쁨을 주는 친구야 오늘은 산숲의 아침 향기를 뿜어내며 뚜벅뚜벅 걸어와서 내 안에 한 그루 나무로 서는 그리운 친구야 때로는 저녁노을 안고 조용히 흘러가는 강으로 내 안에 들어와서 나의 메마름을 적셔 주는 친구야 어쩌다 가끔은 할말을 감추어 둔 한 줄기 바람이 되어 내 안에서 기침을 계속하는 보고 싶은 친구야 보고 싶다는 말 속에 들어 있는 그리움과 설레임 파도로 출렁이는 내 푸른 기도를 선물로 받아 주겠니? 늘 받기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할 때 빙긋 웃으며 내 손을 잡아 주던 따뜻한 친구야 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모였다가 어느 날은 한 편의 시가 되고 노래가 되나 보다 때로는 하찮은 일로 너를 오해하는 나의 터무니없는 옹졸함을 나의 이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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