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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824

나 아닌 것 떼어내기 - 겨자씨

“사람들이 미켈란젤로에게 다윗의 조각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묻자 ‘다윗을 재현하기 위해 다윗의 몸에 붙어 있지 않을 것 같은 돌들을 쪼아냈지’라고 대답했다.” 고전문헌학자 배철현의 책 ‘수련’의 한 구절입니다. 대리석 덩어리 안에 다윗의 형상이 있었습니다. 모두 그저 돌덩이로 봤지만, 미켈란젤로는 돌덩이 속에 있는 다윗의 형상을 보는 눈이 있었습니다. 마침내 그는 대리석 중에 다윗의 형상이 아닌 부분을 떼어내서, 대리석 안에 있던 다윗을 꺼냈습니다. ‘나 아닌 것 떼어내기!’ 행복은 나 아닌 것을 더덕더덕 붙여가는 것이 아니라, 나 아닌 것을 떼어낼 때 다가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진짜 인생, 원본(原本)으로 태어나게 하셨지만, 가짜 인생 복사본(複寫本)으로 살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화는 매화, ..

노란 손수건 - 겨자씨

중국 우한에서 비롯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대한 두려움은 바이러스 전파 속도보다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감염자가 다녀간 곳과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은 절해고도(絶海孤島)가 됩니다. 급작스레 우한이 폐쇄됐을 때 그곳 사람들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요. 병의 진원지에 꼼짝없이 갇혔으니 날벼락도 그런 날벼락이 없었을 테지요. 멀리서 그런 소식을 들어야 하는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굴렀을 터이고요. 우한에 전세기를 띄워 교민을 고국으로 이송하는 일이 진행됐습니다. 지옥과 다름없었을 그곳에서 속히 벗어날 수 있었으니 천만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어 들려온 소식들은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이마저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이들은 혐오를 부추기며 증오를 쏟아냈습니다. 귀국한 이들이 머물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컸고..

황금 십자가 - 겨자씨

한 살 된 소아마비 장애인 아들을 안고 있던 엄마가 울었습니다. 의사는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평생 걷지도 못하고 혼자 힘으로 설 수 없습니다.” 2대 독자라 아버지가 소아마비 백신 주사를 두 번이나 접종한 게 문제였습니다. 두 번째 주사의 약물이 오염된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고통 속에 커갔습니다. 옆집 할머니가 고양이 등을 어루만지며 부모 가슴에 비수를 꽂았습니다. “쟤는 이 고양이만도 못해. 고양이는 쥐라도 잡지, 뭘 할 수 있겠어. 외국으로 보내. 행복하게 못 살아.” 그 아이가 커서 지금은 스타 강사, 아동문학가가 됐습니다. 저서가 300권이 넘습니다. 1년에 300회 이상 전국을 누비며 강연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도 하고 세 자녀도 두었습니다. 강연 때마다 사람들은 휠체어를 타고..

무료 - 겨자씨

“따뜻한 햇볕 무료 시원한 바람 무료/ 아침 일출 무료 저녁노을 무료/ 붉은 장미 무료 흰 눈 무료/ 어머니 사랑 무료/ 아이들 웃음 무료/ 무얼 더 바래/ 욕심 없는 삶 무료” 시인 양광모의 시 ‘무료’입니다. 세상에 없으면 안 되는 진짜 소중한 것들은 모두 하나님이 무료로 주신 것입니다. 빛 공기 물 흙 바람…. 집 나가면 돈 달라는 세상, 없어도 될 것을 비싸게 사야 하는 세상. 하얀 눈밭 무료, 맑은 하늘 위 달빛과 별빛 무료, 강바람 무료, 들판의 보리밭 무료. 한 성도가 쇼핑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장바구니에 사랑이라는 물품을 넣고 평강과 기쁨도 넣었습니다. 다른 코너에 가서 죄 용서 지혜를 넣었습니다. 어느덧 바구니가 꽉 찼습니다. “모두 얼마입니까.” 그랬더니 계산원이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

간신히 드린 기도 - 겨자씨

시골교회에서 목회하던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집사 임명을 받은 한 교우가 수요 저녁예배 때 대표기도를 맡게 됐습니다. 교우 앞에서 처음 대표기도를 하는 것이니 얼마나 떨렸겠습니까. 집사님은 정성껏 준비한 기도문을 들고 일찌감치 교회로 향했습니다. 기도시간이 돼 강단에 선 집사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기도문을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갑자기 정전되더니 조명이 꺼지고 만 것이었습니다. 깜깜해진 것은 예배당만이 아니었습니다. 기도를 어디까지 했는지,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집사님이 진땀을 흘리고 있을 때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노 권사님이 귀띔했습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고 마쳐.” 그 말을 듣고는 기도를 마치는데, 얼마..

디딤발 - 겨자씨

권투나 격투기에서 펀치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팔의 근육이나 펀치 속도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디딤발의 위치에서 나옵니다. 아무리 팔의 근력을 키우고 속도를 늘려도 디딤발을 제대로 두지 않으면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권투를 배울 때 가장 먼저 가르쳐 주는 것이 발동작입니다. 적지 않은 권투 초보자들이 발동작을 배우는 데 지쳐서 떨어져 나갑니다. 강한 주먹을 갖고 싶어 권투를 배우러 왔는데, 발만 움직이니 견디지 못하는 것입니다. 신앙에도 영적인 힘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선 디딤발이 필요합니다. 야곱에겐 평생의 신앙에 늘 힘이 돼준 디딤발 같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벧엘 사건입니다. 삼촌 라반의 집에 있을 때도 벧엘로 돌아가기 위해 견뎠고, 디나의 사건 때도 벧엘로 올라감으로 위기를 ..

아버지의 등 - 겨자씨

“아버지의 등에서는/ 늘 땀 냄새가 났다/ 내가 아플 때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어머니는 눈물을 흘렸지만/ 아버지는 울지 않고/ 등에서는 땀 냄새만 났다.” 아동문학가 하청호의 시 ‘아버지의 등’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아버지는 속으로 웁니다. 시인의 말처럼 그 속울음이 아버지 등의 땀이고, 그 땀 냄새가 속울음입니다. 아버지가 마시는 커피에는 눈물이 절반입니다. 거장 렘브란트 반 레인이 그린 ‘돌아온 탕자’를 보면, 아들이 돌아오길 너무나 기다려 아버지의 눈은 문드러져 있습니다. 아들만 돌아온다면 아버지는 눈이 멀어도 좋습니다. 아버지는 자식 목구멍에 밥 넘어가는 소리가 제일 좋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닮은 아버지 사랑. 존재 자체로 우리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분. 추운 겨울날 함박눈을 뒤집어쓴 채 ..

때거울 - 겨자씨

때거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거울 중에 때거울이 있다는 것이지요. 어릴 적 초등학교 교실 마룻바닥이 그랬습니다. 물로 청소하기 어려운 겨울이 되면 집에서 가져온 기름을 마른걸레에 묻혀 교실 바닥을 닦고 또 닦고는 했습니다. 그런 손길이 쌓이고 쌓이면 교실 바닥에서는 반질반질 윤이 났지요. 고향교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넓은 송판으로 만들어진 예배당 바닥에서는 뭔가 헤아리기 어려운 깊은 빛이 우러났습니다. 검붉은 송판에서 우러나는 빛은 마치 그것이 믿음의 빛인 양 웅숭깊은 느낌으로 전해지곤 했습니다. 예배하러 나온 교우들의 발길이 닿고 닿아서, 기도하러 온 교우들의 무릎에 닳고 닳아 만들어진 빛이지요. 그렇게 어릴 적 예배당 바닥에선 신비한 빛이 반짝였습니다. 반짝이는 윤기에 사람의 얼굴까지 비춰볼 수 있는..

옛 습관을 버리지 않으면 - 겨자씨

http://www.pathway.co.kr/ 축복의통로 크리스천 데이트, 크리스천 커플, 기독커플 www.pathway.co.kr 미국에서 유학할 때 병원비가 비싸 병원을 잘 가지 못했습니다. 간단한 병은 약을 사 먹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치과는 달랐습니다. 3년간 검진 한 번 받지 않다가 문제가 생겨 교포가 하는 치과로 갔습니다. 미국 최고 대학 의대를 나온 분이셨는데, “치과 진료는 아파서 가면 이미 늦은 것”이라며 “이는 한번 상하면 다시 나지 않으니 정기검진을 꼭 받으라”고 조언해 줬습니다. 그래서 다른 지역의 학교로 옮겨서는 치과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랑니도 뽑으라는 이분의 충고는 듣지 않았습니다. 사랑니가 매우 완벽하게 나와 있어 관리하면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습니..

이끼와 그늘 - 겨자씨

http://www.pathway.co.kr/ 축복의통로 크리스천 데이트, 크리스천 커플, 기독커플 www.pathway.co.kr “너도 나도 햇볕을 향해 뻗어 가지만 이끼는 그늘이 좋습니다. 무성한 그늘 속에서 이끼는 하루하루 예뻐집니다. 그늘은 그늘대로 자기 품을 파고드는 이끼가 귀엽기만 합니다. 이끼를 살리는 그늘! 그늘도 해냈습니다.” 시인 신술래의 책 ‘만물은 서로 이렇게 사랑하고 있다’ 중 한 구절입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존재는 자신의 역할이 있고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바람에도 길이 있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도 길이 있고 사람도 태어난 이유와 길이 있습니다. 양지(陽地)만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늘도 이유가 있습니다. 달빛으로 커피를 데울 수는 없지만, 서정을 불태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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